중국 부동산 위기가 급기야는 국유 부동산업체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모습이다. 지난 2년간 이어진 부동산 침체 여파가 기업 실적에서 수치로 현실화하고 있다.
1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증시 및 중국증시에 상장된 38곳의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들 중 18곳이 올해 상반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손실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상장사 절반 가까이가 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2년 전만 해도 손실을 기록한 곳이 4곳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부동산 침체의 확산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짐작해볼 수 있다.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실적 부진 이유로 매출 총이익률 감소와 주택 부문 우려에 따른 충당금 증가를 지목했다. 앞서 이번 주에는 중국 7월 신규주택 가격이 올 들어 처음으로 하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는 곧 2021년 말 헝다그룹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촉발된 중국 부동산 위기가 2년 동안 진행되면서 국유업체들까지 그 피해에 노출되고 있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 정부를 대주주로 두고 있는 국유업체들은 자금 조달이나 계약 등 측면에서 민영업체들 대비 유리한 조건을 지니고 있어 부동산 부문 둔화의 영향이 비교적 적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부동산 위기가 점차 확산하면서 국유업체들조차 안전하지 못하다는 경고 메시지가 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수십 곳의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도산한 가운데 이제 시장에서는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영문명: 컨트리가든)이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팽배한 상태이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달러채 2종에 대한 이자를 납부하지 못하면서 디폴트를 맞은 상황이다.
글로벌 신용 리서치기관 크레딧사이츠 싱가포르의 젤리나 정 선임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둔화는 이미 모든 개발업체들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그중에는 중국 정부와 관련된 대형업체들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도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