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문제 팔아 5억 챙긴 교사...교육계 "충격적, 지침 마련 시급"

2023-08-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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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 40년 이상 모의고사를 내온 A학원과 B학원 등은 현직 교사들에게 출제를 부탁하고 돈을 지급해왔다. 1문제 당 5만원에서 7만원을 측정했는데, 교사들마다 10문제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201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과목이 절대평가로 바뀐 뒤부터는 교사들이 제안하는 금액이 높아졌다. 

한 사교육업체 대표가 설명한 현직 교사와 사교육업체의 관계다. 현직 교사 297명이 사교육 업체 관련해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파는 등 영리 행위를 했다는 교육부의 발표에 대해 교육계에선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자진 신고한 교원 중에서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교원은 188명, 건수로는 341건이다. 대부분 수도권 고등학교 교사로 중학교 교사도 포함됐다. 이들은 대형 입시학원이나 유명 강사와 계약하고 모의고사 문항을 수시로 제공했다. 
 
사교육업계 "영리행위 불법 유형별 지침 마련돼야"

사교육업계에선 이번 결과에 대해 "예상했던 일이지만,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30년간 대형 입시학원을 운영한 A씨는 "학교 교사들이 교과서 집필이나 문제 출제 등을 하는 건 관행이었다"며 "사전에 (교사의 영리행위가 이런 경우 불법이라는 등) 지침을 내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교사의 집필 같은 영리 행위가 불법인지 알려주는 기준이 없었다는 것이다. A씨는 "(교사의 영리행위가) 어떤 법에 저촉이 되는지 알려주는 기준과 처벌 사례가 있었다면 명확하게 인지를 했을 것"이라며 "교사들의 이런 행위가 불법이라고 했다면 이미 논란이 크게 됐어야 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다른 대형 입시학원 관계자 B씨는 "(총 297명이 자진 신고했다는 결과는) 폐쇄형 모의고사와 개방형 모의고사 출제를 합친 것 같다"며 "모의고사를 만드는 사교육업체에서 교사들에게 원고 청탁을 하고, 원고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B씨는 "교사들이 모의고사를 출제하는 것과 참고서를 집필하는 영리 행위가 다르다고 보는 것인데 법적으로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며 "모의고사도 학원 모의고사랑 모의고사 전문기관에서 내는 거랑 어떤 게 다른지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세금 탈루도 아니고...행위 자체로 처벌될지 의문"

현직 교사들은 출판사와 계약을 해 검·인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다. 출판사는 교과서뿐만 아니라 참고서와 문제지를 만드는데,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교사가 문제지에도 참여하게 된다는 게 현직 교사들의 설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게 불법이고 처벌 대상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임 평가원장 C씨는 "(교사들이) 문제를 내서 학원에다 돈을 받고 파는데, 그건 자신의 저작권에 해당한다"며 "세금 문제 등은 남아 있겠지만 행위 자체를 가지고 처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C씨는 "대학교수가 책을 만들거나, 교사들이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는 건 공과 사를 구분하기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본업보다 과한 수입을 얻은 점은 비난받기 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A씨는 "현직 교사들이 암암리에 이 같은 일을 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이번에 밝혀진 금액을 보면 조금 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나 학생들 입장에선 이게 선생님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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