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3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8조9000억원 개선된 수치지만 정부가 제시한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전망치(58조2000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차감한 수치다.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들어 3월까지 54조원 적자를 기록한 뒤 4월까지 45조400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감소했지만 5월 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올해 나라살림 적자폭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수준(-117조원)을 넘길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올 상반기 경기침체로 8월 법인세 예납분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자폭이 하반기에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불어난 건 세수 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국세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조7000억원이나 줄었다. 특히 법인세 감소폭이 크다. 법인세는 6월까지 걷힌 법인세는 46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조8000억원(26.4%) 적다. 같은 기간 소득세도 11조6000억원 적은 57조9000억원이 걷히는 데 그쳤다.
세외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3조2000억원이 감소한 15조4000억원이 걷혔다. 한국은행 잉여금 정부납입금이 지난해보다 3조7000억원 줄어든 영향이다. 기금수입은 보험료 수입 증가(4조1000억원)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4조8000억원이 증가한 102조2000억원이다.
이로써 올해 2분기 누계 기준 총수입은 296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조1000억원 쪼그라들었다. 총수입 진도율은 47.3%로 지난해 결산과 비교해 6.8%포인트 감소했다. 진도율이란 정부가 한 해 걷기로 한 세금 가운데 실제 걷은 세금의 비율을 뜻한다. 진도율이 낮다는 것은 예년과 비교해 걷혀야 할 세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6월까지 정부의 총지출은 35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57조7000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위기대응 사업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사업이 종료되면서 총지출이 크게 줄었다.
6월 말 중앙정부 채무(국가채무)는 108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5조3000억원 감소했지만, 작년 말 대비로 보면 국가채무는 49조9000억원 늘었다. 연말 기준 국가채무 예상치인 1100조3000억원까지는 이제 10조원 남짓을 남겨두게 됐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는 세수 감소폭이 상반기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교 시점인 지난해 하반기에 세수 증가세가 둔화해 올해 하반기 세수 감소폭도 상반기보다는 축소되리라는 것이다. 기재부는 8월 말~9월 초에 올해 연간 세수 전망치를 다시 추계한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하반기 경기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전망이 개선되고 있지만 원자재가격 상승과 중국의 경기회복 지연 등 경기 하방 위험은 여전히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