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지역에서 미-중 외교전이 뜨겁게 펼쳐질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방문을 공언한 가운데 중국에서는 왕이 외교부장의 동남아 순방을 예고하고 나섰다.
8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열린 한 민주당 모금 행사에서 베트남 방문 계획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곧 베트남을 방문할 것"이라며 "베트남은 우리의 관계 변화를 원하고, 파트너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베트남과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 달 베트남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미국은 베트남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발전에 있어 주요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며 "미국은 베트남의 최대 수출 시장을 담당하는 긴밀한 경제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 순위는 앞으로 몇 년동안 베트남과 경제 안보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올해 4월 베트남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베트남 외교 관계를 현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왕이 中 외교부장, 동남아 3개국 순방
하지만 중국 역시 자신의 앞마당으로 생각하는 동남아에서 미국이 존재감을 키우려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소식이 전해진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도 외교수장의 동남아 순방 소식이 들려왔다.9일 중국 관영 신화사에 따르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10~13일부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3개국을 각국 외교장관 초청을 받아 순방한다고 발표했다.
대변인은 "올해는 시진핑 주석이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 이념과 '일대일로'를 주창한 지 10주년 되는 해"라며 "동남아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의 전선에 서있고, 중국과 같이 '일대일로'를 건설하는 중요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이번에 순방하는 동남아 3개국과 함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서 글로벌 발전과 안보 및 경제 회복 촉진 등을 같이 실행해 세계 평화와 발전에 공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미, 중 양국이 각자 동남아 국가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우군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면서 당분간 동남아를 둘러싼 외교전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9일 대 중국 투자 제한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중국 내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에 대한 미국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등의 투자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해당 명령이 실행될 경우,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따라서 한 동안 해빙 조짐을 보였던 양국 관계가 다시 냉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