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수출을 대신해 경제를 떠받쳐 온 내수까지 흔들리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정부 진단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21만1000명 늘었는데 2021년 2월 이후 29개월 만에 최소 증가 폭이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증가세가 4개월 연속 둔화하는 중이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도소매업과 운수·창고업, 부동산업, 금융·보험업, 교육서비스업 등에서 많이 줄었다. 소비 위축에 따른 서비스업 침체 징후가 짙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2분기 민간 소비는 전기 대비 0.1% 감소했다. 지난 1분기에는 0.6% 증가하며 성장률 방어에 기여했지만 한 분기 만에 마이너스 전환했다.
정부 소비 역시 1.9% 감소했는데 건전재정을 강조하는 기조를 감안하면 향후 두드러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대한 내수 기여도는 -0.6%포인트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1.3%로 낮추면서 수출 감소와 민간 소비 및 투자 부진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5%에서 1.4%로 하향 조정하며 비슷한 이유를 댔다.
수출이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내수까지 얼어붙으며 우리 경제의 양대 축이 모두 흔들리는 양상이다. 당장 내수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코로나 리오프닝 효과가 잦아든 데다 상대적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돼 민간 소비가 개선되기 어려운 여건인 탓이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내수 약화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며 "수출 개선과 수입 감소로 내수와 수출의 엇갈림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한국 경기가 최악은 지나가고 있다고 판단되지만 내수 모멘텀은 약한 상황"이라며 "하반기 경제 성장세는 대외 경기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