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집중호우로 신선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 이어 가공식품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수출항 공습으로 국제 곡물값이 상승한 탓이다. 여기에 10월부터는 우유 원유 가격도 오를 예정이라 식품 물가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2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선물 가격(9월 인도분)은 장중 부셸당 6.83달러에 거래되며 하루 전보다 5% 가까이 치솟았다. 국제 밀 가격은 러시아의 흑해 곡물 수출협정 중단 여파로 지난달 25일 7달러를 넘어서며 5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다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대체 곡물 수송로에 대한 공격을 단행하면서 재반등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국제 곡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가공식품 물가 흐름에 이목이 쏠린다. 정부는 지난 5월 국제 밀 가격 시세가 내렸다는 이유로 식품기업에 제품 가격 인하를 권고했다. 식품업계는 라면, 빵, 과자 등 밀을 원료로 사용하는 제품의 가격을 3~5% 정도 인하하는 식으로 화답했다.
그 결과 6월 9.1%까지 치솟았던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6.8%까지 떨어졌지만 집중호우 영향으로 채소류 물가가 7.1%나 오르는 등 먹거리 물가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다.
국제 곡물 가격이 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올 10월 이후 가공식품 가격을 다시 올려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10월부터 오르는 우유 가격도 가공식품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우유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는 10월 1일부터 음용유용 원유 공급 가격을 ℓ당 88원,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87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2013년 ℓ당 106원을 올린 이후 10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이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ℓ당 49원 오른 뒤 제품 가격이 10% 안팎으로 인상된 걸 감안하면 올해는 지난해 두 배 수준의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유 사용량이 많은 제과·제빵·카페업계 등을 중심으로 '밀크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10월 이후 원자재 가격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 차례 가격 인하로 이미 하반기 영업이익에 타격을 입은 만큼 추가 인하는 곤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