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퇴직연금 시장 내 과도한 자금이동(머니무브) 현상을 막기 위해 앞장서서 부담금 분납을 실행한다.
금융감독원은 3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금융권 퇴직연금 현안' 관련 간담회를 열고 만기 다변화를 위한 실천방안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부담금의 50%를 이달과 10월에 각각 25% 분납하고, 나머지 50%를 연말에 납부할 계획이다. 이는 최근 5년 새 급격히 늘어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를 고려한 조치다. 전체 퇴직연금은 2017년 말 168조4000억원에서 올 6월 345조원까지 커졌다. 이처럼 큰 자금의 만기가 특정 시점에 집중되면 자금시장 쏠림으로 인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DB형이 아닌 DC(확정기여)형과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특정 시점 만기 편중도가 낮아 머니무브와는 관련이 없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올해 기업들이 신규 납입해야 하는 DB형 퇴직연금 부담금이 38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66.7%인 25조6000억원을 12월에 납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운용적립금은 190조8000억원 중 37.4%인 71조4000억원의 만기가 12월에 도래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부원장은 금융사가 다양한 만기의 퇴직연금 상품을 개발해 기업 선택권 확대, 적립금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에 도움을 줄 것도 함께 요청했다. 만약 상품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금융당국이 제도개선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금융사의 신규 부담금 분납 및 기존 적립금 분산 계획 관련 현안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졌다. 각 금융사 퇴직연금 담당 임원들은 부담금 분납 시 연말뿐 아니라 월말 집중도 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퇴직연금 분납에 대해선 “시장 안정화 외에도 다양한 상품 출시 및 수요자의 선택권 확대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금융회사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시장의 고금리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 9월까지 퇴직연금 감독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고용부에 등록된 퇴직연금사업자가 아닌 비 사업자가 제공하는 원리금 보장상품에도 동일한 공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다. 사실상 원리금보장상품임에도 관련 규제를 피하고 있는 변칙 파생결합사채도 원리금보장상품 규율을 동일하게 적용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