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 목록에 기재돼 있지 않은 변호인과 피의자 간 통신 내역을 가져가려고 시도한 사실이 알려져 변호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변호사단체는 경찰의 무리한 수사를 성토하고 변호인 조력권을 보장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4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는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등에 변호인 조력권 및 피의자 인권 침해 재발방지에 대한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최근 발생한 경찰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수사 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A씨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아주경제가 입수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변호인이 수사관과 통화하면서 "변호인과 피의자 사이의 통신 내역도 압수수색 영장 목록에 나와 있냐"고 묻자 수사관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통화 직후 변호인이 확보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변호인과 피의자 간 통신 내역은 기재돼 있지 않았고, 경찰은 해당 통신 내역을 결국 압수해가지 못했다.
A씨 측은 또 경찰이 무리한 압수수색으로 피의자 사생활 및 인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A씨가 경찰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지인들과의 메시지, 전화, 이메일 등을 적극 제공했는데도 경찰이 무리하게 원본인 휴대폰 자체를 압수해갔다는 주장이다. 압수수색 관련 법 규정이나 지침에는 피의자의 휴대폰, 컴퓨터 등 저장매체에서 삭제 등 이유로 전자정보가 발견되지 않은 경우 원본인 휴대폰을 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찰이 상당히 긴 기간 동안의 정보를 가져간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찰은 A씨가 처음 입건됐던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지인들과의 개인적인 대화내역 등이 담긴 7개월 이상의 통신 내역 등을 압수했다. 형사전문 변호사들은 "통상적으로 혐의와 관련된 사건이 발생한 기간을 특정해 전자정보를 압수해가지 이렇게 긴 기간에 해당하는 정보를 다 가져가진 않는다.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A씨 변호를 맡은 허정회 변호사(법무법인 안팍)는 "경찰청 인권위원회에서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사전에 변호인에게 통지해 피의자의 방어권 및 변호사의 조력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통지 없이 이를 신청함으로써 사실상 변호인 조력을 박탈하려고 시도한 정황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압수수색의 경우 피의자가 자료를 적극 제공해 경찰이 충분한 자료를 확보했는데도 '필수 증거가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휴대폰 원본까지 압수해갔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느 피의자가 공정한 수사를 받을 수 있다고 믿겠냐"고 토로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관할서에서 변호인의 조력권을 포함한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수사과정에서 공정성을 가지고 무죄추정원칙에 입각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작서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업무를 수행했다”고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