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판매가격은 이른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루이비통의 대표적인 제품인 ‘모노그램 앗치 MM 숄더백’ 소비자가격이다. 왼쪽은 30일 현재 중고 명품 플랫폼인 고이비토에서 구매 가능한 최저가이고, 330만원은 루이비통의 새 제품을 매장에서 살 때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다. 가격 차이가 233만원에 달한다. 최상급인 SA급에 해당하는 전시 상품은 정가 대비 70% 저렴한 195만원에 구매 가능한 상태다.
에루샤 브랜드 중 하나인 샤넬도 거의 반값에 구매할 수 있었다. 현재 샤넬의 주력 제품인 ‘클래식 미디움’의 정상가는 1450만원이지만 고이비토와 트렌비 등 중고 명품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446만5000원~790만원으로 확인됐다. 새 제품 1개를 구매할 돈으로 3개 제품까지 살 수 있는 셈이다.
샤넬백으로 재테크한다는 이른바 ‘샤테크(샤넬+재테크)’ 움직임도 주춤하다. 가격표와 포장을 뜯지 않고 그대로 되파는 명품 리셀 시장에서 코로나19 시기 동안 수백만원의 웃돈을 얹어도 불티나게 팔리던 샤넬 가방은 그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현재 샤넬의 클래식 미디움 리셀 시세는 1200만~1300만원대다.
지난 3년여에 걸친 코로나19 시기에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한 보상심리 영향으로 명품을 사기 위해 백화점 오픈런 사태까지 빚어졌다. 하지만 최근 가계 경제가 힘들어지자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중고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1% 줄었다. 경제 성장을 견인할 만큼 민간소비가 증가했던 지난 1분기(0.6%)와는 대조적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명품의 중고 시세는 정상 판매가를 고려해 정해지는 만큼 명품 브랜드들이 올해 잇달아 제품 가격을 올린다면 자연스럽게 상향 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중고 명품 시세도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생활감, 스크래치 등 중고가격 책정 기준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권이 넓은 것이 장점이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시대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명품을 소비하려는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고 명품 시장의 성장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 심리가 얼어붙자 명품 브랜드의 옥석 가리기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트렌비의 중고명품 브랜드 순위를 보면 1위는 구찌가 차지했다. 그 뒤로 버버리, 몽클레어, 코스가 뒤를 이었다. 에루샤 가운데 샤넬만이 유일하게 5위에 포함됐다. 구찌와 버버리는 에루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대중적인 명품 브랜드로 꼽힌다. 이는 구구스가 지난해 1년간 판매된 중고 명품 판매 개수를 집계해 공개한 최다 판매 브랜드와도 상반된다. 조사 결과, 가장 많이 팔린 브랜드 1위는 샤넬이 차지했고 2위는 에르메스, 3위 루이비통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