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신세계, 네이버, 컬리 등과 손잡고 반(反) 쿠팡연대를 결성하자 '이커머스 공룡'인 쿠팡이 대반격 태세에 돌입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전날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CJ와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졌다.
쿠팡은 공정위에 "CJ올리브영이 힘 없는 중소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쿠팡 납품과 거래를 막는 ‘갑질’을 수년간 지속해 왔다"며 신고서를 제출했다. 다수의 납품업체들이 CJ올리브영의 압박에 못 이겨 쿠팡의 입점을 포기했고 쿠팡은 납품업자로부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받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신고서의 요지다.
쿠팡과 CJ 간 갈등의 발단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CJ제일제당이 쿠팡 측의 납품가 인상을 거부하자 쿠팡은 CJ제일제당의 햇반, 비비고 등 대표적인 가공식품 발주를 중단했다. CJ제일제당은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쿠팡이 요구한 마진율이 과도하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두 업체는 지금까지 협상 중에 있다는 입장이지만 8개월째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납품가를 둘러싼 신경전을 계기로 양측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CJ올리브영까지 싸움이 확전됐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간 두 업체는 상대방의 경쟁사를 우군으로 확보하며 대립각을 세워 왔다. 쿠팡은 CJ제일제당의 빈자리를 중소 제조사로 메우며 맞불 작전을 폈다. 지난달 11일엔 ‘대기업 그늘에 가려진 中企 쿠팡서 빛 본다’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CJ제일제당을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올해 1~5월의 쿠팡의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이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했다는 것이 보도자료의 주된 내용이다. 지난달에는 하림 즉석밥을 100원에 판매해 10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CJ제일제당 역시 쿠팡과 대척점에 서 있는 신세계, 네이버, 11번가, 컬리 등과 손잡고 反쿠팡연대를 확대해 왔다. 특히 상품 차별화 전략도 눈에 띈다. 컬리의 베스트셀러 쌀 품종인 골든퀸으로 만든 즉석밥 ‘햇반 골든퀸쌀밥’을 출시, 컬리에서만 단독 판매한다.
쿠팡에 납품을 중단했던 LG생활건강과 연합 프로모션도 전개했다.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은 제조사가 쿠팡과 갈등을 빚은 최초 사례로 꼽힌다. LG생건은 2019년 공정위에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제소했다. 공정위는 2021년 쿠팡에 과징금 33억원을 부과하며 LG생건의 손을 들어줬다. 쿠팡은 현재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LG생건이 판매 단가 인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쿠팡은 CJ제일제당 사례와 같이 직매입 거래를 종료했다. 이에 LG생건은 2019년부터 쿠팡과 절연을 택하며 자사 생활용품과 코카콜라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정위 신고를 계기로 양사 간 경쟁이 온·오프라인에서 격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덩치가 커지면서 CJ와 사업이 겹치는 곳곳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다”면서 “쿠팡이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