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기에는 백화점 개장하기 3시간 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심지어는 백화점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아침을 맞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명품 시장이 위축되더니 현재는 백화점 개장 30분 전에 도착하면 10번 내외의 대기번호를 부여받는다. 그만큼 백화점 명품 시장이 위축됐다는 방증이다.
반면 중고 명품시장은 나홀로 호황을 누렸다. 고물가에 고금리, 고환율까지 겹치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비자들이 중고 명품으로 눈을 돌린 영향이다.
대표적인 중고 명품 플랫폼인 구구스의 올해 2분기 거래액(GMV, 구매확정 기준)은 전년 대비 22% 성장한 557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이다.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1097억원을 기록하며 1000억원을 돌파했다. 작년과 비교할 때 거래액 성장 속도가 더 빠르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거래액은 900억원을 밑돌았다.
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신규 고객 유입이 자리한다. 구구스에서 처음으로 제품을 구매한 고객 수는 전년 대비 24%나 늘며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고객 상승세에 힘입어 올 상반기(1~6월) 판매 건수는 전년 대비 22%, 전체 구매자 수는 19%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 플랫폼 트렌비에서도 중고 명품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트렌비의 전체 매출 가운데 중고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월 11%에서 올해 6월 22%로 1년간 2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고 명품을 팔아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전체 영업이익에서 28%를 차지하며 1년 전(6%가량) 대비 360% 급증했다. 트렌비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이 207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이런 와중에 중고 명품이 이익 개선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특히 트렌비에서 중고 명품을 사고파는 고객의 경우 일반 고객 대비 구매 횟수는 4배, 연간 명품 사용액은 6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 3사인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의 앱 사용자 수가 최근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주요 명품 커머스 앱 사용자 수는 7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 급감했다. 불과 1년 사이에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유명 명품 브랜드들의 연이은 가격 인상 영향으로 명품 소비심리가 위축됐지만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여파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자 중고 명품시장이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갑 사정이 나빠진 소비자들이 명품을 더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중고 시장을 찾고 있는 것이다.
루이비통은 2021년 5차례, 작년 2차례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달에 가격을 올렸다. 하반기 안에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챤 디올은 지난 5일 최근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100만원 올렸다.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해 7월에 이어 1년 만이다.
트렌비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명품을 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비싼 새 상품 대신 비교적 저렴한 중고 상품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