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혁신 스타트업들이 “혁신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핵심 규제를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최근 몇 년간 혁신 스타트업들이 기존 사업자와 갈등·규제로 서비스가 좌초될 위기에 몰린 곳이 많아 낡은 규제를 개선해 혁신 기술이 성장 동력을 잃지 않고 신구 산업과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심포지엄은 ‘스타트업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규제개선 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경쟁력과 혁신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핵심 규제를 점검하고, 글로벌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유연하고 균형 있는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현장에는 각종 규제로 애로를 겪고 있는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비대면 진료 분야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를 비롯해 법률 서비스 분야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 장재용 넥스트유니콘 대표 등이 발제자로 나섰다.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비대면 진료 인프라가 기술적으로 가장 잘 갖춰진 나라였지만, 계속된 규제로 인해 혁신 성장 동력이 사라진 상황”이라며 “스타트업이 교섭권한을 갖는 것은 극히 드물다. 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나서 국회에서 현행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비대면진료를 법제화하는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가 지난달부터 시범사업 형식으로 재개되면서 대부분의 비대면 진료업체가 사업 영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범사업의 원칙이 재진 중심, 처방의약품 직접 수령 등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변호사 등 전문 직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의 엄보운 이사도 “낡은 규제로 인해 리걸테크 산업 발전이 저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규제 타파를 호소했다.
변협과 로톡의 갈등은 2015년부터 이어졌다. 앞서 변협 등은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세 차례 고발했으나, 검경은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어 변협이 2021년 광고 관련 규정 중 일부를 개정해 로톡 등 온라인 법률 플랫폼에 소속 변호사들이 가입해 광고하는 것을 막은 부분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5월 일부 위헌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징계위)는 변협이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에게 내린 징계 처분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결론을 또 한 차례 미루며 갈등이 장기화에 치닫고 있다.
엄 이사는 “로톡은 변호사와 의뢰인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법률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법률 서비스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강조하며 “국정기조인 ‘스타트업 코리아’ 실현을 위해 힘을 실어주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 규제와 관련해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기존 산업은 기존 기술 및 서비스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므로 신기술·신서비스를 탄압하게 마련”이라면서 “정부가 기존 산업과 신산업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은 국가가 기존 산업의 편을 들고 시장의 역할을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