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나오는 오피스텔 전·월세 매물이 '보증금 보호 사각지대'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주택 수에 포함시키지 않고 세금을 회피하려는 집주인들의 '꼼수'에 세입자의 보증금과 주거 안정을 위협받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서구 마곡동 한 오피스텔은 '전입신고 불가' 조건을 내건 채 보증금 500만원에 월 임대료 57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영등포구 양평동의 한 오피스텔도 전입신고가 안 되는 조건으로 보증금 500만원, 월세 85만원에 나와있다. 양천구 목동에서도 전입신고가 어렵다는 매물이 보증금 1000만원, 월 임대료 55만원에 등장했다. 강남구 역삼동에서도 사업자등록증 없이 계약 가능한 주거용 오피스텔 매물이 보증금 1000만원, 월세 95만원에 나와있지만, 역시 전입신고는 불가능한 조건이다.
강서구 한 공인중개사는 "혹시 보증금 사고가 생기면 못 돌려받을 수도 있긴 한데, 아주 큰 돈도 아니고 임대인에게 큰 변화가 없는 한 그럴 일이 잘 없지 않냐"며 "해당 주소로는 전입신고 못하니, 세입자 본인이 알아서 본가나 친척 집 등 다른 주소로 전입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거주하는 경우 세입자는 주택임대차 보호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없고,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돌려받기 힘들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업무용 등록된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쓰이는지 실제로 다 확인하기 어렵다보니 그냥 방치되는 문제"라며 "전입신고가 안 되면 세입자는 대항력, 우선변제권을 갖추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들어가는 임차인들도 적지 않다. 경기 고양시 한 공인중개사는 "보증금 보호가 완벽하게 되지 않다 보니 보증금 500만원~1000만원대로 낮은 물건들이 많고, 전입신고 되는 것들은 가격이 훨씬 높다"며 "월세 부담이 크다 보니 세입자들도 전입신고 안 되는 물건에 그냥 들어간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우려가 커진 상황 속에서 임차인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유무곤 법무법인 기회 변호사는 "업무용 오피스텔은 주거용 임대를 못 놓게 해야 하는데, 아직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보니 사각지대가 사라지지 않는다"며 "소액이더라도 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물건인 만큼 세입자가 이런 매물을 계약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예림 변호사는 "법 제도를 촘촘히 보완할 필요가 있지만, 당장 집주인 꼼수를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며 "다만 업무용으로 등록해놓은 채 주거용으로 합의했다는 증거자료 등이 있다면 세입자가 추후 전입신고를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집주인이 합의를 어겼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세율 완화 등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풀어 안전한 주거용 매물이 많이 나오게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있었지만 지난 정부 말기에 규제가 늘고 혜택이 급격히 줄면서 주거용 매물을 팔거나 업무용으로 바꾸는 임대인이 늘었다"며 "임대인들이 안전한 매물을 많이 내놓을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다시 부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