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페타플롭스(PF·슈퍼컴퓨터 성능단위)급 슈퍼컴퓨터를 만들어 글로벌 10위권 슈퍼컴을 확보한다는 정부 계획이 초장부터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반도체 가격 폭등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27일 과학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공고한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 사업이 어떤 사업자도 참가 의사를 표하지 않아 유찰됐다. 당초 6호기 사업에는 HPE(크레이), 레노버, 아토스 등 해외 주요 슈퍼컴퓨터 사업자가 참여해 경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업체도 참여하지 않았다.
6호기는 국가 과학기술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1년 사용률(지난해 8월 기준)이 평균 77%, 최대 90.1%에 도달해 과부하 상태인 슈퍼컴 5호기 '누리온'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다. 생성형 AI 모델 학습에 목마른 학계 의견을 수용해 대량의 AI 반도체를 탑재, 처음부터 초거대 AI 개발에 적합한 형태로 만드는 게 특징이다.
해외 업체가 사업 참여를 포기한 배경에는 생성형 AI 열풍으로 인한 AI 반도체(그래픽처리장치 포함) 가격 폭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 가격 폭등으로 인해 정부가 제시한 가격으로는 600PF급 슈퍼컴퓨터를 만들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정부는 6호기 구축 단가로 업체들에 1억4564만 달러(약 1850억원)를 제안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국가 플래그십 초고성능컴퓨팅 인프라 고도화' 계획안에 따른 가격 책정이다. 업체 의견 등을 검토한 정부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이 정도 가격이면 600PF급 슈퍼컴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챗GPT 등장으로 촉발된 생성형 AI 열풍으로 얘기가 달라졌다. 관련 열풍으로 생성형 AI 학습·추론(실행)에 꼭 필요한 AI 반도체 가격도 올해 초 덩달아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채널 CNBC에 따르면 미국 이베이에서 판매되는 엔비디아 AI 반도체 'H100'의 가격은 개당 3만6000달러에서 4만5000달러 수준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AI 반도체 성능이 올라가면 올라간 만큼 가격을 더 받는 엔비디아 판매 정책이 AI 반도체 가격 급등에 부채질을 했다. 일례로 H100의 전 세대 제품이었던 'A100'은 개당 1만 달러에 판매됐다. 가격을 3년 만에 3배 이상 올린 것이다. 또 엔비디아는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슈퍼컴 업체들에 B2B(기업 간 거래) 대량 구매에 따른 할인은 어렵고 납품 시기도 특정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엔비디아 대신 AMD·인텔의 AI 반도체를 대안으로 적극 검토했다. 특히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AMD의 차세대 AI 반도체 '인스팅트 MI300'을 활용해 6호기를 구축하는 안을 두고 고심했다. 하지만 AMD·인텔 AI 반도체 역시 엔비디아의 대안을 찾는 글로벌 IT·클라우드 기업들의 선점으로 공급 단가가 크게 높아졌다.
정부는 유찰된 공공사업을 1회 재공고하는 공공조달법에 따라 다음 달 8일까지 6호기 사업자를 다시 모집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 조건이 변하지 않은 만큼 이번에도 입찰자가 없어 유찰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이 2회 유찰되면 6호기는 2024년 운영이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첫째 안은 기존 예산에서 최대한의 성능으로 6호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경우 600PF라는 당초 성능 목표는 달성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둘째 안은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사업 예산을 증액해서 600PF 성능을 최대한 맞춰보는 것이다. 증액해야 하는 예산이 소액일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예산을 크게 확대할 경우 예타를 다시 신청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정부가 둘 중 어떤 안을 택하더라도 6호기 운영 시기는 상당 기간 늦춰질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재공고 때 기존 사업자 뜻이 달라지거나 다른 사업자가 참여 의사를 밝힐 수 있는 만큼 (사업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KISTI와 협의해 6호기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해외 AI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 AI 반도체 연구개발 정부 지원을 중장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D램 생산업체의 공급망도 확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AI 반도체 기술 자립을 꼭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27일 과학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공고한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 사업이 어떤 사업자도 참가 의사를 표하지 않아 유찰됐다. 당초 6호기 사업에는 HPE(크레이), 레노버, 아토스 등 해외 주요 슈퍼컴퓨터 사업자가 참여해 경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업체도 참여하지 않았다.
6호기는 국가 과학기술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1년 사용률(지난해 8월 기준)이 평균 77%, 최대 90.1%에 도달해 과부하 상태인 슈퍼컴 5호기 '누리온'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다. 생성형 AI 모델 학습에 목마른 학계 의견을 수용해 대량의 AI 반도체를 탑재, 처음부터 초거대 AI 개발에 적합한 형태로 만드는 게 특징이다.
해외 업체가 사업 참여를 포기한 배경에는 생성형 AI 열풍으로 인한 AI 반도체(그래픽처리장치 포함) 가격 폭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 가격 폭등으로 인해 정부가 제시한 가격으로는 600PF급 슈퍼컴퓨터를 만들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챗GPT 등장으로 촉발된 생성형 AI 열풍으로 얘기가 달라졌다. 관련 열풍으로 생성형 AI 학습·추론(실행)에 꼭 필요한 AI 반도체 가격도 올해 초 덩달아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채널 CNBC에 따르면 미국 이베이에서 판매되는 엔비디아 AI 반도체 'H100'의 가격은 개당 3만6000달러에서 4만5000달러 수준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AI 반도체 성능이 올라가면 올라간 만큼 가격을 더 받는 엔비디아 판매 정책이 AI 반도체 가격 급등에 부채질을 했다. 일례로 H100의 전 세대 제품이었던 'A100'은 개당 1만 달러에 판매됐다. 가격을 3년 만에 3배 이상 올린 것이다. 또 엔비디아는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슈퍼컴 업체들에 B2B(기업 간 거래) 대량 구매에 따른 할인은 어렵고 납품 시기도 특정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엔비디아 대신 AMD·인텔의 AI 반도체를 대안으로 적극 검토했다. 특히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AMD의 차세대 AI 반도체 '인스팅트 MI300'을 활용해 6호기를 구축하는 안을 두고 고심했다. 하지만 AMD·인텔 AI 반도체 역시 엔비디아의 대안을 찾는 글로벌 IT·클라우드 기업들의 선점으로 공급 단가가 크게 높아졌다.
정부는 유찰된 공공사업을 1회 재공고하는 공공조달법에 따라 다음 달 8일까지 6호기 사업자를 다시 모집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 조건이 변하지 않은 만큼 이번에도 입찰자가 없어 유찰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이 2회 유찰되면 6호기는 2024년 운영이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첫째 안은 기존 예산에서 최대한의 성능으로 6호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경우 600PF라는 당초 성능 목표는 달성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둘째 안은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사업 예산을 증액해서 600PF 성능을 최대한 맞춰보는 것이다. 증액해야 하는 예산이 소액일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예산을 크게 확대할 경우 예타를 다시 신청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정부가 둘 중 어떤 안을 택하더라도 6호기 운영 시기는 상당 기간 늦춰질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재공고 때 기존 사업자 뜻이 달라지거나 다른 사업자가 참여 의사를 밝힐 수 있는 만큼 (사업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KISTI와 협의해 6호기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해외 AI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 AI 반도체 연구개발 정부 지원을 중장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D램 생산업체의 공급망도 확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AI 반도체 기술 자립을 꼭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