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5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헌재는 이태원 참사가 주최자가 없는 행사와 관련된 매뉴얼·교육 부재 등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이 장관의 대응에 중대한 헌법 및 법률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다.
국무위원으로서 탄핵심판을 받는 것은 이 전 장관이 헌정사상 처음이다. 탄핵 심판은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직무 정지 상태인 이 장관은 즉시 장관 직무에 복귀한다.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만, 올해 2월8일 국회가 이 장관의 탄핵 소추를 의결한 날로부터 167일 만이다.
헌재 "이 장관, 피해 상황·규모 바로 파악하기엔 한계"…전원일치 '기각'
헌재는 △사전재난예방 조치의무 위반 △사후 대응 조치의무 위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위반 여부 △탄핵의 필요성 등 쟁점을 따져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우선 이 장관의 사전 예방조치에 대해 "이 사건 참사 발생 전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인파 밀집을 예상한 언론보도가 있었으나 그 내용이 다중밀집사고 자체를 예상하거나 우려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이태원 지역을 관할하는 용산구청, 용산경찰서 등이 다중밀집 사고의 위험성 등을 이 사건 참사 발생 전에 이 장관에게 별도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장관에게 사전에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미리 취할 것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중밀집사고 관련 예방 지침과 매뉴얼은 주로 주최자가 있는 행사나 직접적인 관리자가 있는 구조물 내지 시설물 등과 관련된 것"이라며 "경찰이 제작한 매뉴얼 등도 주최자가 있는 행사를 그 적용 대상으로 해왔고 행안부에 별도로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 보고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또 사후 재난대응 조치에 관해서는 이태원 참사 관련 보고를 받았던 당시 현장 인근에 있지 않았던 이 장관이 보고 내용에만 근거해 피해 상황과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고 재난대응 방안을 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헌재는 "이 장관의 지시 내용, 전반적인 재난대응 과정을 종합했을 때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음에도 이 장관이 아무런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적절하고 효율적인 보호조치가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장관이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장관의 사후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으로 평가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 장관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장관의 발언이 참사의 원인이나 경과를 왜곡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다음날 설명자료를 배포해 유감을 표시하고 유사한 발언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며 "발언으로 인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안전관리 행정 기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이 장관, 품위유지의무 위반" 별개의견
반면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별개의견에서 장관의 사후 대응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이 장관의 일부 발언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사후대응 전반을 살펴봐도 이 장관이 즉각적이고 신속한 의사소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사실을 찾기 어렵고 이 장관의 지극히 원론적 지시는 현장의 구체적 위험에 관한 인식이나 급박한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지도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원인, 골든타임 등에 관한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이 장관은 참사 주요 경위와 관련된 객관적 근거가 없는 사실을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오인될 수 있도록 발언했다"고 밝혔다.
또 이태원 참사 원인, 골든타임 등에 관한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이 장관은 참사 주요 경위와 관련된 객관적 근거가 없는 사실을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오인될 수 있도록 발언했다"고 말했다.
정정미 재판관도 별개의견에서 "이 장관의 사후 발언은 책임을 회피하는 데 연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이었고 이는 일반 국민들에게도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이었다"며 "이 장관의 일부 발언은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모두 이 장관의 이같은 잘못이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의 정도가 중대해 이 장관을 탄핵할 정도는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