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을지대학교병원 의료진이 올해 첫 도입한 인공지능(AI) 기반 심정지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심정지 발생 위험도가 기준 수치 이상인 고위험환자를 살려냈다.
18일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3시께 신속대응팀 신현우 교수와 홍문석 전담간호사가 환자 A(53) 씨의 심정지 예측 시스템 모니터를 보고 위중한 상황임을 인지했다.
이를 확인한 의료진은 즉시 A씨가 입원해 있는 12층 병실로 달려가 환자 상태를 체크했다.
A씨는 지난달 26일 뇌동맥류 수술을 받았고, 이튿날인 8일 퇴원 예정인 터라 이런 증상의 원인을 찾는 데 주력했다.
A씨는 "다음날 오전에 퇴원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오후부터 컨디션이 안좋아졌다"며 "미열이 나고, 기운이 없었던 정도였는데 여러 의료진이 와서 검사와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해 당혹스러웠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수액과 항생제 치료 등 응급조치를 하고, CT 촬영 후 A씨를 중환자실로 이송했다.
CT 촬영 결과 A씨는 신우신염에 의한 패혈증이 생겼고, 이 때문에 심정지 발생 위험도가 87점까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패혈증은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이에 주치의인 신경외과 윤별희 교수와 신경과 홍윤희 교수, 중환자외상외과 선현우 교수가 협진하며 환자 곁에서 24시간 연속 투석하는 등 패혈증 치료에 집중했다.
심정지 예측 시스템을 통해 위기 상황을 조기에 발견한 데 이어 의료진이 신속하게 대응해 A씨는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거나 침습적 처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호전돼 일반병실로 복귀했다.
신속대응팀장인 중환자외상외과 선현우 교수는 "시스템 도입 후 환자를 살린 첫 사례"라며 "일반병동에 입원 중인 고위험환자의 심정지를 예측·발견해 신속하게 대응해 환자를 살려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지난 1일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지 일주일 만에 입원환자의 귀중한 생명을 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례가 나오면서 앞으로 원내 입원환자 안전관리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병원 측은 기대하고 있다.
시스템은 의료 인공지능 기업 뷰노가 개발한 '뷰노메드 딥카스'로, 입원환자의 나이·성별·혈압·맥박·호흡·체온 등 주요 활력징후를 빅데이터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분석하고, 24시간 이내 심정지 발생 위험도를 0~100% 사이의 점수로 의료진에 제공한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이 시스템을 일반병동에 입원한 19세 이상 환자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승훈 병원장은 "일반병동에서도 중증환자 발생가능성을 능동적으로 대비할 수 있고, 심정지 환자 대상으로 신속대응팀 등 전문 의료진을 조기에 투입하는 등 입원환자 안전관리에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자의 안전 관리와 의료의 질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