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외에는 겹치는 품목이 거의 없어 대미 교역이 늘더라도 대중 수출 감소 분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더 많다. 우리 수출 시장에서 중국이 지고, 미국이 부상하는 지각 변동이 달가울 수 없는 상황이다.
6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다. 수출액은 1557억8938만 달러로 전체의 22.8%를 차지한다. 2위는 미국이다. 1097억6570만 달러로 16.1%를 기록했다.
두 나라로의 수출액 비중은 전체의 40%에 육박한다. 우리 수출의 미·중 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대중 수출이 크게 위축되면서 미국이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우리가 중국과 미국에 각각 파는 물건이 달라 상쇄 혹은 대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대중 수출 상위 품목의 경우 1위가 반도체(520억9578만 달러)였고 이어 합성수지(94억478만 달러), 무선통신기기(75억1937만 달러), 평판 디스플레이 및 센서(64억5529만 달러), 정밀화학 원료(64억1184만 달러) 등이 5위권을 형성했다.
석유화학 중간원료(48억7626만 달러), 기초유분(45억5070만 달러), 비누 치약 및 화장품(44억1346만 달러), 반도체 제조용 장비(36억2530만 달러), 동제품(34억6890만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미국으로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은 자동차(222억4648만 달러)다. 반도체가 81억1807만 달러로 2위였고 자동차 부품(80억2962만 달러), 석유제품(61억9101만 달러), 컴퓨터(61억327만 달러), 건전지 및 축전지(41억3448만 달러), 전력용 기기(22억6017만 달러), 철강관 및 철강선(22억31만 달러), 건설광산기계(21억7526만 달러), 플라스틱제품(21억6830만 달러) 등이 3~10위를 차지했다.
반도체의 경우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미·중 양국에 수출하는 제품군이 다르다. 중국으로 가는 건 저사양 메모리와 낸드플래시, 미국으로 향하는 건 고사양 프리미엄 반도체다. 이렇다 보니 중국이 최대 교역국 자리를 내놔도 대체할 만한 시장이 마땅치 않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중 수출이 감소하는 품목은 중국과 비슷한 경제 체제의 인도나 베트남, 아세안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이뤄야 한다"며 "권역별로 나눠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를) 어떻게 상쇄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수출이 줄어드는데 인위적인 노력에 집착하면 비용이 배로 들 수 있다"며 "수출 전망이 높지 않은 품목 비율은 줄이고 유망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개편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