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로 예고된 전국택배노조 파업에도 소비자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정부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내건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배송 차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전국택배노조가 2주간 이어지는 민주노총 총파업의 시작을 알리자 이커머스와 소비재 기업들이 분주해졌다.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배송 지연이나 배송 방법 변경을 요청하는 팝업을 올리고 택배사들은 파업 참여 인원을 대신할 대체 차량과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서비스연맹 소속 노동자 집회가 열렸다. 택배 기사와 배달 기사, 대리운전 기사, 마트 온라인 배송노동자 등 소비자와 밀접한 직군이 서비스연맹 소속이다. 이날 2500명이 파업에 동참한 가운데 택배노조 조합원만 1500여 명이 파업에 참가하며 배달·배송 의존도가 높은 배달앱과 이커머스는 며칠 전부터 대책 마련에 고심해왔다.
유통업계가 하루로 예정된 파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배경은 파업 장기화 우려 때문이다.
한선범 전국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이날 하루 파업을 진행한 뒤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추후 장기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업 장기화는 이커머스는 물론 소비재 기업과 오프라인 유통채널에도 부담이다. 물류센터에서 이커머스나 오프라인 유통채널로 공급되는 물류망이 마비될 가능성 때문이다. 식품업체 자사몰들도 택배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배송 지연이 불가피하다. 업체들은 택배기사 파업으로 배송에 차질을 빚으면 홈페이지에 배송 지연 안내문을 띄우고 택배가 불가능한 지역을 공지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이 운영하는 CJ더마켓, 샵풀무원, 정원e샵, 오뚜기몰, 동원몰 등은 대형 택배업체를 통해 배송을 진행한다. 대형 택배기업 소속 택배기사 7000명이 택배노조 조합원인 만큼 배송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식품기업들은 파업이 시작되면 택배업체 차량 대신 자체 배송 차량을 통해 배송 물량을 소화할 계획이다. 자체 배송 차량은 슈퍼나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 제품을 공급해 온 만큼 차량 대수가 한정적이다. 배송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통업계에서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는 배송 차질로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제 전국택배노조가 2021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64일간 파업을 단행할 당시 하루 평균 40만건에 달하는 택배 차질이 생겼다. 조합원 비중이 높은 경기 성남 분당구와 울산시에서는 사실상 배송이 중단됐다.
지난해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두 차례 총파업을 벌였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두 차례 파업으로 한국 경제는 총 10조4000억원에 달하는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투자와 수출이 각각 0.32%, 0.25% 줄고 고용은 0.17% 감소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파업으로 인한 우려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쿠팡 등은 파업 참여 조합원 비중이 낮기 때문에 대체 인력으로 충분히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3일 하루인 데다 월요일은 주말에 묵혀둔 물량이 허브로 넘어오는 날이라 택배 물량이 많지 않다"면서 "파업 예고에 대체 차량과 대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뒀고 파업 참여 인원이 적어서 배송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