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러시아 무장반란 사태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렵게 안정세를 찾아가는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5월 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는 117.17로 전년 동월 대비 7.3% 상승했다. 지난 2월 10.4%를 기록한 이후 상승세가 다소 누그러지는 모습이지만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3%)보다 두 배 넘게 치솟는 모습이다.
물가상승률 두 자릿수를 기록한 가공식품 품목은 전체 73개 가운데 29개로 집계됐다. 지난달 잼은 35.5% 상승률을 보이며 가공식품 세부 항목 가운데 두 달 연속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드레싱(31.8%), 물엿(22.7%), 어묵(19.7%), 참기름(14.3%), 식용유(14.0%) 등 서민 애용 품목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식품 가운데 가격이 떨어진 품목은 건강기능식품(-3.7%), 간장(-1.5%), 유산균(-1.1%), 이유식(-0.9%), 맥주(-0.1%) 등 단 5개뿐이었다.
가공식품은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해 소비자물가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잘 나타내는 근원물가의 한 축을 이룬다. 근원물가 품목들은 공공요금과 원자재 등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이 시차를 두고 가격에 반영된다.
외식물가 상승률이 이미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6.9% 상승한 가운데 김밥(10.1%), 햄버거(10.3%), 피자(12.2%) 등 서민 먹거리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다.
가공식품 물가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러시아의 정치적 혼란이 물가를 부추길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에서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잠잠하던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변수가 다시 대두되면서다.
지난해 초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그동안 원유 시장에 상당한 압박이 돼 왔으며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줘 인플레이션에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왔다.
치솟는 물가에 다급해진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동원해 물가 안정에 나섰다.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라면 가격 담합 조사 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값 인하를 주문한 데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가 일부 제품의 가격 담합 가능성을 공정위가 들여다볼 것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라면 외에도 공정위는 고물가 국면 속 이미 물가 안정을 위해 통신사와 시중 은행, 증권사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담합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에 대해선 항상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조사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