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계기로 인공지능(AI) 기술이 올해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AI 테마를 활용한 상장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증강현실(XR), 로봇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확장될 수 있어 기업가치도 같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업계에서는 해당 기업들 모두가 성장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투자자의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기업(스팩 제외) 43개 중 20개로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AI’를 기반으로 한 사업성을 강조하며 상장을 추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는 29일 코스닥 이전 상장을 앞두고 있는 시큐센(AI 기반 보안 솔루션 기업)도 지난 14∼15일 이틀간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1800.86대 1을 기록하며 공모 희망가격(2000~2400원) 상단을 초과한 3000원으로 확정됐다.
최근 시들했던 바이오주도 AI 열풍에 올라탈 준비를 하고 있다. 다음 달 공모에 나서는 파로스아이바이오는 AI와 빅데이터를 토대로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다. 최근 바이오업계가 AI 기술 접목을 주목하고 있는 만큼 향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AI 활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IPO를 진행 중인 국내 1세대 XR 기업 이노시뮬레이션도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AICA) 프로젝트를 통해 사업화 실적을 확보한 기술 ‘VILS’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XR을 기반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시뮬레이션, 가상훈련, 콘텐츠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지만 AI 활용 가능성도 높다.
그 밖에 올 상반기 상장한 라온텍(XR), 화인써키트(반도체 회로), 미래반도체, 티이엠씨(반도체용 특수가스업체) 등이 AI 기술과 연결돼 있어 투자자 눈길을 끌었다.
올 하반기 오픈놀, 시큐센, 알멕 등이 상장 예정인 가운데 기업 실적과 상관 없이 AI 테마가 붙은 이상 IPO는 흥행할 것으로 자본시장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앞서 코로나19로 메타버스가 유행했던 2년 전 맥스트는 증강현실(AR)에 대한 기대로 ‘3연상(따상상상)’에 성공했다. 다만 현재 주가는 상장일 기준 대비 28.56%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AI를 테마형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로서는 옥석 가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도 바이오 열풍이 불었을 때 해당 영역과 관계가 없는 기업도 바이오를 붙이고 나왔고, 화장품 열풍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면서 "기업들이 특정 기술과 관련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지,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봐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