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위 대통령의 '니켈·전기차 세일즈'...印尼, 경제대국으로 만들까

2023-06-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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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 수출금지ㆍ블록경제 주장 이후 생산량 증가

IRAㆍ기업 환경이 성과 좌우할 관건으로 지목



 
 

니켈 광산 [사진=AFP·연합뉴스]

 
 


세계 전기차 시장이 호황에 들어가면서 인도네시아 원자재 시장의 전망이 밝아졌다. 중국과 미국 전기차 시장 회복으로 니켈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니켈 매장량 1위 인도네시아 경제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공급 과잉으로 니켈 가격이 하락하자 당초 목표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니켈 가격이 회복하고 시장 안정화가 예상되는 만큼 지난해보다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노력도 재평가될 전망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등에서 이른바 '세일즈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쳤다. 때로는 '원자재 수출금지'라는 과감한 카드도 망설이지 않았다. 니켈 수출을 지렛대 삼아 '2045년 경제대국 5위'의 초석을 다지려는 조코위 대통령의 꿈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수요 증가로 올해 니켈 가격 상승 전망"…인도네시아 산업 성장 가능성↑

하락하던 니켈 가격이 중국의 제로코로나 종료로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니켈 업계의 절대 강자인 인도네시아의 관련 산업 업황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닛케이아시아는 니켈의 생산 과잉 사태가 올해 하반기에 풀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니켈은 지난해 말 가격이 정점을 찍은 뒤 초과공급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역전한 것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약화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제로코로나 이후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나서고 있는 중국이 니켈 수요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니켈은 순도에 따라 1등급과 2등급으로 나뉘며 각각 전기차 배터리와 스테인리스 강철에 사용된다. 

중국의 전기차 수요 증가가 니켈 수요를 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장은 올해 하반기 중국의 전기차 판매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CRU의 엘리 왕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전기차 판매가 올해 하반기에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왕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300만 톤에 못 미쳤던 니켈 수요는 올해 하반기 전기차 수요가 회복되면서 2027년까지 연간 43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닛케이 아시아에 전했다. 

닛케이 아시아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니켈이 포함되지 않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사용이 늘고 있지만,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2030년까지 여전히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니켈 수요 증가는 인도네시아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 넣을 가능성이 크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니켈 수요가 증가하자 인도네시아 니켈 수출을 금지시켰다. 니켈 매장량 1위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니켈이 필요하면 외국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직접 들어와서 경제에 기여하라는 의미다. 결국 니켈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높게 본 중국, 벨기에 등 국가의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실제 니켈 수출 금지 이후 외국 자본의 유치로 인도네시아 내 니켈 제련소가 크게 늘었다. 대형 자본이 투입되는 제련소가 증가한 것은 일자리가 늘고 산업 규모가 성장했다는 의미다. 인도네시아 니켈협회(APNI)의 메이디 카트린 렝키 사무총장은 "지난 4월 인도네시아의 니켈 제련소는 62곳이다. 2018년 15곳에서 대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제련소 30곳을 건설하고 있고 50곳을 신규 건설 계획하고 있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련소가 늘어난 만큼 생산량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실제 인도네시아의 니켈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160만 톤으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세계 니켈 생산량의 5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한 전과 후를 비교하면 니켈 수출액은 10배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조코위 대통령, 니켈 산업 성장 위해 세일즈 외교 발벗고 나서
 

지난 19일 나루히토 일왕(오른쪽)을 맞이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 [사진=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의 니켈 산업 성장 배경에는 조코위 대통령의 '수출 금지' 등 과감한 조치 뿐 아니라 세일즈 외교도 거론된다. 조코위 대통령은 다른 국가 정상과 주요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관련 사업을 추천했다. 조코위 대통령의 추천이 상당 부분 효과를 거둔 것이다.

지난 5월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조코위 대통령은 전기차 의제를 추진했다. 모든 회원국이 성명서에 서명하고 만장일치로 채택했지만 의장국인 인도네시아가 이를 주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세안을 글로벌 전기차 허브로 만들자는 것이 성명서의 골자다. 

조코위 대통령은 "아세안은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고 공급망의 중요한 부분이 되기로 합의했다"며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운스트림 산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상품을 가공해서 완제품을 파는 다운스트림을 강조한 것은 수출금지 조치 등 기존 조코위 대통령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다. 

싱크탱크 캐나다 아시아태평양 재단은 전기차 허브로서 아세안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재단은 "아세안을 글로벌 전기차 허브로 만들려는 노력은 인도네시아에 시의적절하다. 아세안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7%로 예상돼 전 세계 평균 성장률(2.7%)의 두 배에 가까울 것"이라고 전했다. 

동남아시아의 주변국들 대상으로만 세일즈 외교를 한 것은 아니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도 세계 주요국들을 상대로 세일즈 외교를 이어나갔다.

조코위 대통령은 G7 회담에서 인도네시아가 태국보다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아세안에서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해외 자동차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특히 전기차 보급을 위한 인도네시아의 매력을 어필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부터 일부 전기차 부가가치세율을 1%까지 낮추는 등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보급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산 부품이 40% 이상인 차량 판매 촉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G20 정상회의에서도 세계 각국과 전기차 생산을 위한 블록경제 설립을 제안한 바 있다.
 
IRA 포함·기업 환경 개선이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 좌우할 열쇠 
조코위 대통령의 전기차 세일즈 외교 성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자국 내 산업 환경이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RA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나라에서 추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FTA 미수교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입지가 위협받는 이유다. 

그러나 아직 변수가 남아있다. 미국 내부에서 IRA 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자국 산업 육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 등에 대미 FTA 체결국 지위를 부여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앞서 미국이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에 'FTA 체결국' 지위를 부여해 인도네시아를 상대로도 'FTA 체결국' 지위를 부여할 가능성이 있다. 

인도네시아 자국 내 전기차 생산 환경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블룸버그는 "인도네시아는 전력 생산을 위해 석탄과 가스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고 재생에너지 정책이 매우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배터리 생산은 환경에 영향을 많이 줄 수밖에 없는데, 현재 인도네시아 산업 환경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기업들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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