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글로벌 1위 전기차 배터리 생산 국가였던 한국이 이제는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 내준 상황이다. 특히 풍부한 광물을 가지면서 기술력까지 한국을 따라잡은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을 두고 국내 배터리 3사 중 일부가 도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8일 일본 닛케이신문이 미쓰이 연구소에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 및 재생에너지용 혁신 배터리 개발 분야 특허는 전체 9862개 중 중국이 5486개를 소유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이 1192개로 뒤를 이었으며, 미국이 719개, 한국은 595개다.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 특허 차이는 9배가 넘어선다. 기업별 특허 순위에서도 상위 10위에 CATL, CAS를 포함해 7개 중국 기관이 포함됐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특히 LMFP(리튬·망간·철·인산) 배터리와 나트륨이온배터리 분야에서 다수의 신규 특허를 취득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의 배터리 기업 고션하이테크(GOTION High Tech)는 최근 1회 충전에 1000㎞ 주행이 가능한 LMFP배터리를 공개했는데, 값비싼 니켈 코발트는 제외되고 성능은 기존보다 높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션 측은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배터리보다 더 값싸고 멀리 가는 배터리가 시장에 등장하는 것이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저가형 나트륨이온 배터리 개발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테슬라는 물론 현대자동차그룹 등도 값싸고 공급량이 많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기술력이 더해져 중국산 배터리의 경쟁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기업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출원한 배터리 관련 해외특허는 세부사항까지 포함해 1988건에 달한다. 이 중 860개가 지난해 출원을 신청한 건이다.
중국이 배터리 핵심 소재 과점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어 국내 배터리 업계의 어려움은 한층 더 확대됐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수입한 리튬이온 축전지는 약 22억 달러다. 반면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 리튬이온 축전지는 5300만 달러에 그쳐 이 품목에서만 한화로 2조원 넘는 적자가 발생했다.
또 중국의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대외 수출은 39억 달러로 전년보다 4배 늘었는데, 이 중 76%가 한국 대상 수출이었다.
올해 1분기 한국의 수산화리튬과 산화리튬 수입액은 21억6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490% 급증했다. 배터리 업계는 호주, 남미 등을 통해 원자재 공급망 다각화에 나섰지만 중국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년간의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도 자원도 모두 중국에 밀리는 상황이라 한국산 배터리의 매력이 시장에서는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당장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부족으로 수주가 넘치지만 시장이 안정되면 이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도태되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