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재앙이라며 경제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양국 간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CNN·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가 (중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지점이 있지만 디커플링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최대한 개방적인 무역과 투자를 통해 우리는 이익을 얻으며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옐런 장관은 중국과 무역을 중단하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디커플링은 절대 안 되고 디리스크(derisk·위험제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성명에서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G7의 대중국 대응이 유화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옐런 장관 주장에 공화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인권침해 논란이 있는 중국과 협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 앤 와그너 하원의원은 옐런 장관에게 미국이 중국과 어떻게 디리스킹을 하고 있는지를 추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인권침해에 연루된 중국 기업과는 반드시 디커플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옐런 장관은 "상상하기 어려운 인권침해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 산업계와 기업을 상대로 디커플링을 추구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인정했다.
옐런 장관은 바이든 정부가 중국군과 연계된 의혹을 받는 첨단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무부가 신장위구르족 관련 인권침해 의혹에 대해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커플링을 통한 공급망 배제가 아닌 개별 기업에 대한 맞춤형 제재를 강조한 것이다.
옐런 장관은 미국의 가치를 반영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가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들 기구는 미국의 가치를 반영한다.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불투명하고 불안정한 대출을 견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차관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IMF와 WB가 AIIB를 견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옐런 장관의 발언은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블링컨 장관은 오는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고위급 인사를 만나 군사적 긴장 해소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NYT는 "이번 옐런 장관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 이후 중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해온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블링컨 장관은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며 옐런 장관도 중국을 방문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