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건축가의 역할 중에서 사업성·법규·대안검토 등 기능 위주의 건축설계를 인공지능(AI)이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9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는 ‘AI 시대의 건축 정보 모델(BIM)’ 주제로 정기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BIM학회와 한국도로공사 스마트건설사업단, 경북대 A3건축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추승연 경북대 건축학부 교수는 ‘인간 건축가 VS 인공지능 건축가’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보통 기획설계는 법규를 분석하고 매스(덩어리)를 얼마나 올릴 수 있는지 등의 대안검토, 돈이 얼마나 들지 사업성 분석 등을 한다”며 “앞으로 이러한 건축 논리, 지식 등 기능 위주의 설계는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이어 “단순한 기능 위주의 설계는 건축가가 꼭 해야 하기보다 AI에 맡겨 효율화하고 인간 건축가 본연의 역할인 콘셉트 구성, 고객과의 소통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능 위주의 건축 설계는 AI에게 맡기라는 것이다.
추 교수는 특히 국내 설계업계의 특성을 예로 들어 효율적인 전환을 주문했다. 우리나라 건축사사무소의 82%가 4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체로, 대부분 기능 위주의 설계에만 집중하고 있어 AI 기술 확산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계획 및 설계 초기 BIM과 생성AI 활용’을 주제로 발표한 이진국 연세대 교수도 비슷한 맥락의 견해를 나타냈다. 이 교수는 “설계 마지막 단계에서 가능한 조감도나 렌더링(3D 모델링)이 AI를 활용하면 아주 초기 단계에서도 가능하다”면서, “특히 생성AI 도구인 ‘스테이블 디퓨전’, ‘챗GPT’ 등 거대언어모델(LLM)들이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북대 산학협력단과 7개 대학, 7개 기업, 1개 협회가 함께하는 ‘AI-BIM 연구단’은 2025년 말까지 AI 기반 건축설계 자동화 기술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법규·조례·지구단위계획까지 자동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대구시를 대상으로 법규 자동 생성, 최대 매스 생성 등을 시범 진행했으며, 내년에는 이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건설업계도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AI에 집중하고 있다. 설계는 건설사에서 AI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부분이다. 설계할 때 정보통신기술(ICT)을 많이 활용하는 분야기 때문이다. BIM은 이러한 기술에 해당한다. BIM은 건물 설계 때 활용되는 프로그램인데, 2차원적 설계를 지원하는 캐드(CAD)와 달리 3차원 설계를 제공한다. 좀 더 현실감 있게 표현할 수 있기에 BIM은 디지털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 기술 일종으로 보고 있다. DT는 현실의 정보를 가상세계에 정밀하게 표현하는 기술이다.
◆ 포스코이앤씨 ‘AI+’ 인증··· 스마트건설 현장 리드
포스코이앤씨가 받은 ‘AI+’는 자체 개발한 AI알고리즘 융합모델인 ‘지역별 부동산 시장 분석 모델’과 ‘공동주택 철근소요량 예측모델’에 대한 것으로 이를 통해 스마트건설 현장을 리드하겠다는 목표다.
AI+ 인증은 한국표준협회(KSA)가 국제표준화기구(ISO,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 등 국제표준에 근거해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과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다.
포스코이앤씨가 이번에 개발한 '지역별 부동산 시장 분석' AI모델은 매매가, 매매수급동향 등의 지표를 데이터화하여 시장현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해당지역의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영향인자를 도출할 수 있는 모델이다. 주택공급이 필요한 도시를 발굴하고 적정 공급규모와 공급시기를 판단하는데 이 모델을 활용, 국민주거안정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
'공동주택 철근소요량 예측' 모델은 포스코이앤씨가 과거 시공한 공동주택의 타입별 철근사용량을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반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규 건설에 소요되는 철근량을 산출하는 모델이다. 견적단계부터 철근사용량의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철근 수급과 시공 품질 확보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그룹의 '기업시민’ 경영이념에 AI와 관련, 모든 구성원이 지켜야 할 올바른 행동과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는 ‘4대 AI 윤리원칙’(사람존중, 투명성, 안전성, 책임성)을 제정하고 긍정적인 사회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AI 기술개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에게 더욱 우수한 품질의 건축물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스마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스마트 기술을 적극 도입해 안전·품질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실천에 앞장서고 리얼밸류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2022 스마트건설 챌린지'에서 3개 부문(자유공모 부문 최우수 혁신상, BIM 부문 혁신상, 창업아이디어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 삼성물산·현대건설, 기술주도형 건설 강국 실현
이와 함께 건설 로봇 분야 얼라이언스(Alliance·연합체)를 구축하고 연구∙개발과 사업화 네트워크를 지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 건설업계를 비롯해 로봇개발 업체 등 유관기관의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기술 세미나, 콘퍼런스 등을 통해 산업 간 시너지도 높여가기로 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현장인력 고령화와 기술인력 감소 등 건설산업 전반의 현안 해결을 위해 ‘건설 로보틱스’ 분야를 성장 동력 사업으로 선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건설로보틱스팀을 신설하고 건설 현장 안전 확보, 품질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건설 로봇 분야 연구 개발에 전력 중이다. 액세스 플로어(이중바닥) 설치, 앵커 시공, 드릴 타공 로봇 등 다양한 시공로봇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2022 스마트건설 챌린지에서 건설용 앵커 로봇이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건설 로봇 분야의 연구개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2020년 전문조직을 설립한 이후 자율주행 현장순찰 로봇, 무인시공 로봇, 통합 로봇 관제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인공지능 안전 로봇 ‘스팟’의 현장 투입을 통한 안전 관리 무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1년 스마트건설 챌린지에서 ‘최첨단 순찰 로봇과 작업용 로봇 기술’이 장관상을 수상하며 기술역량을 입증했다.
두 회사는 최근 ‘건설 로봇 분야 에코 시스템(Eco-System) 구축 및 공동 연구 개발’에 대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건설 로봇 분야의 생태계를 견고히 구축해 현장의 실질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양질의 건설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고 타 산업 부문의 유입 등을 통해 확장해나감으로써 다품종 소량생산, 높은 개발비용, 기술적 한계 등 현재 직면한 이슈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대한민국 건설 로봇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입증해 글로벌 건설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