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개월여 만에 1200원대로 내려섰다. 미국 통화 긴축 전망을 두고 여전히 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긴축 기조가 막바지에 달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여기에 수개월여 지속된 무역적자도 하반기에 개선될 것으로 보이면서 환율 하락 기조가 예상된다. 다만 한국 경제·사회 구조 변화 등을 고려할 땐 펀더멘털 약화로 코로나 이전인 1100원대까지 내려서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장중으로 전 거래일(1308.1원)보다 11.3원 내린 1296.8원까지 내려섰다. 환율이 1200원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4월 14일(장중 저가 1294.7원)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1원 내려선 1299.0원으로 개장해 오전 중 1300원을 밑돌다가 결제 수요가 유입되면서 오후 1303.8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그러다 지지부진했던 미국 부채한도 상향 조정안이 통과되면서 환율은 하루 새 15원 넘게 빠지는 등 빠르게 하락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여전히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견해를 내비쳤지만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기준금리 예측 프로그램인 '페드워치 툴'에서도 미국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은 이달 금리 동결 가능성을 81.7%로 보고 있다.
여기에 한국 펀더멘털 회복도 원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경기 회복과 반도체 수출 개선에 힘입어 3분기부터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4분기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수지 역시 4분기에 흑자 전환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 특히 한국 무역수지는 2017년 이후 원화 가치와 상관계수가 0.86으로 나타나는데, 경상수지 상관계수(0.65)보다도 높다. 이는 추세적으로 줄어든 달러 공급 속에 순환적인 무역수지 흐름과 원화 가치 간 연동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킹달러 국면에서는 달러를 제외한 대부분 통화가 약세를 보였으나 올해 달러 약세 국면에서도 신흥국 통화별로도 차별화가 나타난다"면서 "하반기만 보면 경상 수급 호전에 따라 순환적으로 1200원대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로 떨어지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0년대 중반과 비교해 단기외채가 감소하고 코로나 충격 이후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길게 볼 때 원·달러 환율 수준 자체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 경기적 요인뿐 아니라 대(對)중국 경쟁 심화, 인구 고령화, 기업·가계의 해외투자 수요 확대 같은 구조적 변화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