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베트남전 (전사자 묘역을) 한번 갔다 가야 하지 않나"며 "아버님 묘소는 어딘가"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베트남전·대간첩 작전 전사자 묘역을 방문한 것이다.
박 장관 부친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전사한 고(故) 박순유 육군 중령으로, 이곳에 묻혔다. 윤 대통령은 박 장관 안내를 받아 묘소를 참배하며 박 장관 모친 등 가족을 만나 위로했다.
대통령실은 "베트남전·대간첩 작전 전사자 묘역이 있는 제3묘역은 1981년 6월 조성됐는데,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것은 42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현충일 추념식이 보훈부 주도로 진행된 것도 의미가 크다. 정부보다 국가유공자와 그들의 가족이 주인공이었다.
‘대한민국을 지켜낸 당신의 희생을 기억합니다’ 주제의 추념식에는 국가유공자와 유족, 정부 주요인사, 각계 대표, 시민, 학생 등 70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념식은 현충일을 맞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애국정신을 되새기는 의미의 '전국 동시 추모 묵념' 사이렌이 오전 10시 정각에 1분 동안 울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국민의례, 추념공연, 국가유공자 증서 수여, 추념사, '현충의 노래'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국민의례 중 '국기에 대한 맹세문'은 해군 제3함대 소속 최진영 소위가 낭독했다. 최 소위는 한국전쟁(6·25전쟁)에 참전했던 고(故) 최희송 유공자의 후손으로서 4대째 군 복무를 이어가고 있는 '병역명문가'의 일원이기도 하다.
이어 열린 국가유공자 증서 수여식에서는 1951년 입대해 6·25전쟁에 참전, 육군 제3사단 소속으로 강원 금화지구 전투 중 전사한 고 조종두 유공자 등 5명이 받았다.
박 장관은 보훈부 출범과 현충일을 계기로 국가유공자에 대한 최고 예우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박 장관은 전날 취임사에서 "국가유공자의 기품있는 삶을 위해 든든한 경제적 보훈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은 국가유공자와 가족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에 방점을 둘 방침이다.
그는 "고령·생계곤란 참전 배우자를 위한 생계지원금을 신설해 영예로운 삶을 보장하겠다"며 "재해부상군경 7급에 대해서는 부양가족수당 신설로 국가유공자와의 형평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국가유공자 등록·심사제도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며 "국가보훈 장해진단서를 도입해 상이등급 신체검사를 대폭 단축하겠다"고 했다.
박 장관은 의료 서비스 강화도 강조했다. 그는 "보훈 트라우마센터를 포함한 특성화 센터를 마련, 우수 의료진을 확보해 보훈병원의 의료품질을 높이겠다"며 "올해 위탁병원을 100개 더 늘리고 오는 2027년까지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던 위탁병원 2배 확대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12곳 국립묘지에 계신 영웅들을 최고로 예우하겠다"며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와 같이 국민들이 즐겨 찾는 자유 대한민국의 상징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 역시 보훈을 강조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가의 품격은 국가가 누구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려있다. 대한민국의 영웅들을 더 잘 살피고 예우할 것"이라며 "후대에 영웅의 이야기를 전하고 가르침으로써 이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국제사회에서 나라다운 나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