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사실상 첫 경영 성적표 발표를 앞두고 공공기관들이 긴장하고 있다.
경영평가(경평) 결과에 따라 임직원 성과급은 물론 기관장의 거취까지 결정되는 탓이다. 에너지 공기업 등 악재가 많았던 기관의 경우 등급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아 낙담하는 분위기다.
올해 평가는 재무성과 배점이 확대되고, 비정규직 전환 등 사회적 가치 구현과 관련된 배점이 축소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공사는 D(미흡)등급 이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6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부채 규모도 지난해 말 기준 192조8000억원으로 IBK기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은행권을 제외하면 전체 공공기관 중 가장 크다.
한전에 비해 재무 부담이 적은 발전 자회사는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서부발전은 영업이익 2292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고, 남동발전 역시 두 배가량 늘어난 1797억원을 기록했다.
남부발전과 중부발전, 동서발전의 경우 영업익은 감소했지만 흑자를 기록했고 매출은 40% 이상 늘어 재무 평가 부문에서 큰 감점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 중인 한국가스공사 역시 한전과 마찬가지로 좋은 평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 8조6000억원으로 불어난 데 이어 올 1분기 3조원이 더 늘어 11조6000억원이 쌓여 있다.
지난달 채점 전 '답안지 파쇄'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한국산업인력공단도 낮은 점수를 받아 들 것으로 보인다.
공단은 지난해에도 소방기술사 필기시험에서 2교시 시험지가 1교시에 배부되거나, 산업안전기사 시험에서 작업형 실기점수가 낮게 나왔다는 수험생 민원이 제기돼 답안지를 재검토한 결과 386명이 추가 합격되는 등 시험 부실 관리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반면 2년 연속 D를 받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년보다 나은 점수가 예상된다.
LH의 부채비율은 2018년 300%에 달했으나 5년 동안 꾸준히 개선돼 지난해에는 218%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한준 사장은 서울 내 '알짜 땅'을 매각해 부채비율을 추가로 낮출 계획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LH는 정부가 공급하는 뉴홈 공공분양 50만호 가운데 31만6000호를 전담하고 있으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해 피해 주택 매입에도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B등급을 받은 국민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은 예년과 비슷한 성적표가 예상된다.
'2023년 기금평가 결과'에서 공무원연금공단은 '우수' 등급을, 국민연금공단은 '양호' 등급을 받았다. 이들 공단은 '2022년 동반성장 평가 결과'에서도 최우수 등급을 받아 정량·정성 평가가 모두 높은 편이다.
아직 공공기관장이 바뀌지 않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어촌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강원랜드 등은 불안에 떨고 있다.
기관장이 '버티기'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가 이번 평가 결과를 퇴진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D등급이 2년 연속 나오거나 E(아주 미흡)등급을 받으면 기관장 해임 건의가 가능하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의 경우 경평 결과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재무성과 비중이 높아진 만큼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된 곳들도 좋은 평가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