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에 따른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교역조건지수가 25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낸 것이다. 다만 하락 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5.0%)보다 대폭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통계에 따르면 단위당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순상품교역조건지수(83.86)는 전년 동월 대비 0.5% 하락하며 2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순상품교역지수가 83.86이라는 것은 100만큼의 상품을 수출했을 때 83.86만큼 수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국내 교역조건이 악화된 배경은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수출품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출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분야별 수출금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6.0% 하락한 118.3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컴퓨터와 전자·광학 기기(-38.8%), 석탄·석유 제품(-27.3%), 섬유·가죽 제품(-16.6%) 등 대부분 항목이 크게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금액지수는 13.5% 하락한 145.50으로 집계됐다. 석탄·석유 제품이 40.6% 낮아지면서 수입물가 하락을 주도했고 제1차 금속제품(-21.3%)과 컴퓨터와 전자·광학기기(-17.5%) 항목이 뒤를 이었다.
이 기간 수출물량지수(116.57)와 수입물량지수(120.22)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2%, 0.9% 하락했다.
한은 측은 교역조건 하락 행진 속 2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하락 폭을 줄인 대목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은 관계자는 “원유·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고 순상품교역지수 하락 폭이 줄었다”며 “순상품교역지수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