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경기 둔화, 기대 이하의 중국 경제 회복세,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리세션(경기 후퇴)을 알리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린다.
경기 침체는 소비 위축과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가계 소득도 제자리걸음 중이라 민생 개선은 난망하다.
글로벌 경기 하강 속 韓도 침체 징후 뚜렷
29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선물가격은 지난 25일 t당 7922달러를 기록했다. 산업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해 '닥터코퍼'로 불리는 구리 가격은 한 달 전만 해도 880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위축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의 경기 반등이 지연되면서 구리를 비롯한 원자재 수요가 축소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환산 1.3%로 잠정 집계됐다고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성적이다. 지난 1년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민간 기업과 부동산 부문 등 투자가 감소하면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독일은 1분기(-0.3%)에 역성장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할 경우 기술적으로 경기 침체로 판단한다. 지난해 4분기(-0.5%) 성장률을 감안하면 독일도 경기 침체 국면으로 진입했다. 중국도 1분기 4.5% 성장했지만, 4월 들어 수입이 7.9% 줄었다. 수입 감소는 소비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다는 징표다.
세계적 복합 위기 속에 우리나라도 경기 둔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개최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수출과 투자 부진으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경제는 당분간 부진한 성장 흐름이 예상된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실질소득 증가율 0%…서민가계 부담 가중
경기 둔화에 따른 제조업 침체와 고용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가계 소득도 답보 상태라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5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가구당 소득이 5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였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107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반해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1148만3000원으로 6.0% 늘었다. 5분위 소득 증가율이 1분위의 2배에 육박한 셈이다.
가처분 소득을 가구 구성원 수로 나눈 '1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분위가 1분위의 6.45배였다. 전년 동기(6.25배) 대비 분배 수준이 더 악화했다.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지만, 이미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 여파로 후유증을 앓는 가계도 늘고 있다.
세금·연금·이자 등 경직성 비용을 뜻하는 비소비지출은 가구당 월평균 106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증가했다. 월평균 이자 비용은 12만4000원으로 42.8% 늘었는데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5분위 소득 증가율이 1분위를 상회하면서 소득 분배 지표가 악화했다"며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1분기 3.25%에서 올 1분기 5.01% 수준으로 올라 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