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으로 동결했다. 시장에선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의 예상을 뒤집듯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은이 긴축 기조를 당분간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 차주들의 금융비용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3.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금통위원 7명의 만장일치로 이뤄진 이번 동결 결정은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이다.
또, 이 총재는 불안한 국내 경기 상황도 기준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한은은 금통위 회의 직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는데, 수출 부진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 반영됐다. 그는 “중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고, 그나마 내수 위주여서 주변국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인상 기조가 사실상 끝났다고 본다. 일각에선 연내 기준금리 인하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시장은 물가 인상폭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과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등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 총재는 긴축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까지 시야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물가 수준이 2%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며 "금통위원 6명 모두 최종금리 수준이 3.75%까지 도달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인상 가능성을 열어놨고, 물가와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 금통위원들이 상황을 보자고 한 것은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피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준금리가 동결됐지만, 고금리에 내몰린 차주들의 고통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기준금리보다 0.25%포인트 오르면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4000원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1년 5개월간 기준금리가 총 3.0%포인트 인상된 것을 고려하면, 차주 1인당 이자 부담은 196만8000원이 늘어난 셈이다. 이를 가계 전체로 확대하면, 이자 부담 규모는 3조3000억원까지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