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시스템 회복해야"...거대 야당·재계·민생범죄에 ‘사정 칼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 1년간의 정부 성과와 소회를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고 체감할 만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금융시장 반칙행위 등 감시 적발 시스템 무력화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를 절망의 늪으로 밀어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위축된 법 집행력에 대한 회복도 이뤄졌다고 평가했다.자평대로 지난 1년간 윤 정부는 주요 강력 범죄에 대한 대대적인 사법 처리를 강력히 밀어붙였다. 마약 범죄 대응을 위해 정부는 올해 4월 검찰을 중심으로 경찰과 관세청 등 유관기관 인력 840여 명이 참여하는 특별수사본부를 출범시켰고, 검찰 내 마약 전담 수사팀 확충에도 나섰다. 대검찰청 내 반부패·강력부는 반부패부와 마약·조직범죄부로 분리해 마약 등 강력범죄를 전담하는 별도 조직의 설치도 추진했다.
특히 검찰 수사는 최근 전 정부 인사와 야당 주요 인사에게 집중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주요 정보라인 인사의 경우 ‘서해 공무원 피격’ 의혹과 ‘북한 어민 강제 북송’ 의혹 사건을 중심으로 사정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에 이어 검찰 역시 반년이 훌쩍 넘는 수사를 통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주요 인물을 줄기소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현직 대표 등에 대한 검찰의 사정 칼날도 매섭다. 검찰은 허위사실 공표 등의 이유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난해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서 최종 결정권자로 지목돼 온 이 대표를 올해 3월 배임과 뇌물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긴 상황이다. 쌍방울그룹에 대한 수사와 백현동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1년 이상을 이어져 온 야당의 사법리스크는 사그라들기는커녕 올해도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최근에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수사에서 촉발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자금 살포 의혹’ 관련 수사가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검찰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수사의 종착점으로 보고 현직 국회의원 등이 포함된 주요 피의자들의 소환과 기소 등도 검토 중이다.
‘검찰 편중 인사’·‘무차별 사정 정국’ 조성 극복은 과제
다만 전 정권과 야당 인사에 대한 수사와 검찰 출신 중심의 인사권 행사에 대한 비판도 적잖다. 법원행정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39만6671건을 기록했다. 2011년의 10만8992건과 비교하면 3.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현 정부 주요 직위에 자리한 검찰 출신 관료는 136명에 이른다. 정부 핵심 주요 부처는 물론 국회에도 현직 검사 등이 파견되거나 임명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