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러시아 대사 인터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분명한 레드라인"

2023-05-10 06:00
  • 글자크기 설정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 [사진=아주경제]

안드레이 보리소비치 쿨릭 주한 러시아대사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러시아 간 교류와 협력이 중단된 것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이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인한 결과물이지 러시아 책임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레드라인을 넘는 행위가 될 것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다음은 본지 기자가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쿨릭 대사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최근 CIA 문건 등을 통해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계획 등이 밝혀졌고, 모스크바에서 이에 대한 반응을 보였는데 현재 한국과 러시아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 달라.
"일단 기밀 문서 유출 사건은 한·미 관계에만 해당되는 문제이고 한국과 미국이 처리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코멘트를 한다면 미국이 파트너 국가를 포함해 외국 정상들 통화 내용을 도청한다고 밝혀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과 러시아 관계는 1990년 수교하면서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했다. 이후 지난 30년 동안 러·한 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작년) 특별 군사 작전을 시작한 후에 한국이 서구 편에 섰다. 이에 따른 러·한 관계의 피해가 크다. 유감스럽게도 러시아와 한국 간에 현재 접촉과 교류가 거의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경제협력도 중단됐다.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철수를 했지만 한국 기업들은 서방 기업들과 달리 철수하지 않고 계속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러시아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애로사항은 러시아 탓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을 포함해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은 러시아 정부의 행동보다는 서방이 가한 대러시아 제재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그 모든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모스크바가 아니라 워싱턴에 있다." 


-말했듯이 아직 러시아에 남아 있는 한국 기업들이 있고 문화적 부분들도 있는데, 문화적 교류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이런 부분을 좀 더 강화할 방안이 있나.
"민간 교류에 대한 중요성에 동감한다. 특히 인문 교류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러시아 간에 대화와 협력을 담당해 온 민간 단체들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행사와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 간 교류가 거의 중단됐다는 점이 유감스럽다. 그 이유가 다양한데, 그중 하나는 한국이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해서 러시아와 한국 간 직통 노선을 중단한 것이다. 2018년 8월 대사로 부임했을 당시에는 모든 분야에서 활발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후 팬데믹이 터졌지만 자연적 사고여서 별 유감이 없었다. 그런데 작년 2월부터 시작된 우리 관계의 새로운 현실이 큰 유감이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 [사진=아주경제]

-현재 정치적·외교적 상황 때문에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 모두 걱정이 많다. 현지에서 계속 사업을 할 수 있을지 많이 걱정하고 있다. 베테랑 대사로서 현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보는가. 
"현재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가했기 때문에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전례 없는 커다란 어려움에 처했다. 특히 송금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운송과 물류망 차질 때문에 부품 보급이나 원자재 조달 등에 문제가 많이 생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 모든 어려움과 연관이 없다. 우리가 이 어려움을 만든 것이 아니다. 러시아는 스스로를 SWIFT망에서 제외시키지 않았다. 많은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리스트를 도입한 것도 러시아가 아니다. 달러화 송금 제한도 러시아가 도입한 것이 아니다. 
(러·한) 양국 관계 미래를 예측하자면 러시아에 제재가 이루어지면 러·한 관계도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협력에 있어서 군사·정치적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압박 속에서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지원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분명한 레드라인이다.
이와 관련해 작년 말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미 러시아의 입장을 분명하게 발표한 바 있다. 만일 한국 정부가 정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다면 그 결정은 불가피하게 우리 양국 관계를 파탄 낼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것이 진짜 현실이 되면 예외 없이 모든 분야에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관계의 미래는 매우 분명하다. 복잡하지 않다. 한국이 계속해서 미국과 그 동맹국만 완전히 따라간다면 우리 관계가 부정적 추세로 바뀔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가 대러시아 정책에 있어서 완전히 미국을 따라가느냐 아니냐, 여기에 우리 관계의 미래가 달려 있다."


-러시아를 이야기할 때 북한과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한반도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어떤가.
"우리 입장은 일관성 있고 그동안 변함없었다. 러시아는 핵 비확산을 지지해왔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안을 준수해왔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포괄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북한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의 안보 우려와 국익을 고려하는 포괄적인 정치 해법이어야 한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보다 큰 근본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그 근본적 문제는 정치·외교 수단으로만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다. 정치·외교 수단이 아닌 제재와 강압을 선택하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가 없을 것이고 군사적 충돌 리스크를 높인다고 생각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