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4일(현지시간) '중요 신기술에 대한 국가 표준 전략'(이하 표준 전략)을 발표하고 △통신 네트워크 △반도체 △인공지능(AI) 및 머신 러닝 △바이오 테크놀로지 △포지셔닝 및 네비게이션 △전자인증 인프라 △청정 에너지 △퀀텀 등 각종 첨단 기술들에 대한 표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앞으로 민간 산업 부문과 협력을 통해 주요 신기술 분야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백악관은 "빠른 기술 변천과 글로벌 스케일의 시대에 기술 표준은 지속적으로 미래 시장을 정의하고 촉진할 것"이라며 "미국의 경쟁력과 국가 안보에 중요한 주요 신기술에 대한 표준은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표준 전략은 직접적으로 중국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반도체, 배터리 등 기술 경쟁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표준화 작업을 통해 중국을 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중국 역시 지난 10년간 몇몇 표준 개발 기구들에서 주도권을 차지하면서 국제 표준업계 내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해왔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발표에 따르면 중국이 참여하고 있는 각종 국제 기술 위원회 및 부 위원회의 수는 2005년에 465개이던 것이 2021년에는 668개로 늘었다. 이에 중국은 총 참여 위원회 수에서 영국과 독일에 이어 3위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이미 2021년에 자체적인 국가 기술 표준 전략을 발표하고 국제 표준에 발맞추기 위한 작업을 개시한 상태이다.
따라서 미국은 오히려 기술 표준에 있어서는 다소 뒤처진 모습이다. 실제로 미국 관리들은 미국 정부가 기술 표준 관련 전략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중국 자구책 마련 속도
미국이 기술 패권 경쟁의 장을 표준 분야로 확장하자 중국은 핵심 기술에 대한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나섰다.백악관이 표준 전략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인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제20기 당중앙 중앙재경위원회 제1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미래 발전 및 국가 경쟁력 육성과 관련해 현대화된 산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AI 등 새로운 과학기술 혁명의 흐름에 편승해 산업 체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핵심 기술 및 전략적 분야에 대한 정책 지원을 개선해서 공급망을 강화하고 세계 일류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산업 안전 보호는 중요한 것 중에서도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전략적 분야에 대한 정책 협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같은 날 리창 중국 총리 역시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선진 제조업 클러스터 가속화 발전 방안, 전기차 보급 지원 방안 등 각종 기술 산업 진흥 방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기술 제재의 강도를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중국도 이에 지지 않고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사실 시진핑 3기 지도부는 출범 이후 연일 과학기술 자립, 자강을 외쳐왔다. 미국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중국에 대한 견제, 특히 중국 기술 산업에 대한 제재의 강도를 높이자 중국 역시 자구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 대상이 그동안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 AI 등 다른 첨단 기술에까지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자 중국도 대응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사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완비된 산업 체계를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새로운 과학기술의 혁명적 발전과 국제 형세의 변화 및 글로벌 산업망의 재구축에 따라 전략적 자원 상품의 국제 공급 변동이 크다"고 평했다. 또한 "경제 글로벌화가 역류 등 여러 변수들에 직면하게 됨에 따라 중국 산업 체계 발전이 직면한 리스크가 날로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