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얼어붙으며 사업이 중단된 토지·건물 등이 공매시장에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시행사에 돈을 빌려줬다가 사업이 좌초되자 갖고 있던 토지를 팔아서 대출액 일부라도 회수하려는 신탁사가 많아진 영향이다.
3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자산처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신탁사의 토지(기타일반재산 기준) 매각 공매는 총 3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건 대비 10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지난 3~4월 공매 공고가 크게 늘어 지난해 17건에서 올해는 317건에 달했다.
이는 브리지론이 연장되지 않거나 금융기관에서 추가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등 돈줄이 마르면서 사업이 좌초되자 토지 공매를 통해 대출액을 상환받으려는 신탁사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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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무궁화신탁은 관악구 신림동 13층 숙박·근린생활시설 건물·토지를 지난 2일 공매시장에 내놓았다. 지난달 27일에는 동대문구 전농동 1373.35㎡ 건물과 그 부지가, 근린생활시설 신축을 위한 건축허가가 난 중구 회현동 필지가 공매로 나오기도 했다.
공매시장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해 수차례 유찰되는 사례도 있다. 신한자산신탁의 세종시 부강면 문곡리 110 대지는 지난 3일 7번째 입찰에서 무응찰로 유찰됐다. 같은 날 교보자산신탁의 경기 용인시 처인구 토지와 공장시설은 14회 유찰되며 최초 예정가 101억원에서 60억원대로 떨어졌다. 코리아자산신탁의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토지‧도로‧건물은 지난 2일 9번째 입찰에서도 유찰되며 당초 공매 예정가 36억3600만원대에서 14억9300만원대로 떨어졌다.
한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기정사실화하고 미분양 우려가 너무 커지다 보니 금융기관에서 돈을 더 이상 안 빌려주려 한다"며 "그러다 보니 당장 돈 구할 길이 없는 위탁자(시행사)들이 부도 처리를 하거나 토지를 공매로 넘기는 곳이 과거보다 많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부동산 PF 부실 확대로 공매에 나올 사업장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본 PF 단계 전에 브리지론 만기를 무한 연장하며 힘겹게 생명줄을 버티는 곳이 많다"며 "벌써 브리지론을 10회나 연장하는 사업장까지 있다. 수도권이라고 예외는 아닌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탁사 관계자는 "PF 대출이 안 나오다 보니 자금력 있는 신탁사에 위탁자 문의가 쏠리기도 한다"며 "수탁자로서는 아무 사업이나 맡을 순 없으니 더 꼼꼼하게 선별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