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일 첫 전원회의를 열고 2024년도 최저임금에 관한 협의에 들어갔다.
최대 관심사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릴지다. 노동계는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1만200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경영계는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동계 24.7% 인상 요구…경영계 '난색'
양대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물가 폭등으로 실질임금이 낮아졌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1만2000원을 요구했다. 올해보다 24.7% 높은 금액이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근로자위원 대표 발언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류 사무총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1.5% 낮추면서 성장률 둔화 주요 원인으로 내수 침체 지목했다"며 "임금이 올라야 소비를 하고 내수 활성화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 미래 방향 가늠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있다"면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결단해달라"고 촉구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 생활 안정과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해야 한다"면서 최저임금을 1만2000원으로 올릴 것으로 요구했다.
경영계는 고환율과 경제 저성장 등 어려운 경기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대표 발언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최저임금은 계속 인상돼 왔고, 소상공인들과 중소영세 사업자들은 거의 한계 상황에 다 달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동계 요구는 이들을 사지로 모는 주장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최저임금 동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하 의사도 내비쳤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어렵다"고 동결 의사를 드러냈다. 이 본부장은 "기업이 문을 닫으면 사용자·근로자 모두 손해"라며 "중소기업 사업주를 반영해 심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올해도 공익위원 손에 맡겨지나
최근 5년간 시급 기준 최저임금과 전년 대비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0%)이다.
근로자·사용자위원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대부분 학계 인사로 이뤄진 공익위원안이 최저임금 인상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최근 3년간 정해진 최저임금 모두 공익위원안이다.
지난해엔 공익위원들이 경제성장률 전망치 2.7%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4.5%를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 2.2% 뺀 5.0%를 최종 인상률로 정했다. 올해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인상률은 4.74%(1.6%+3.5%-0.36%)로, 내년 최저임금은 1만76원이 된다.
논의 첫날부터 노동계와 경영계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최저임금 결정 법정기한을 지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용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다음 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고, 위원회는 요청받은 날부터 90일 안에 최저임금을 결정해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3월 31일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따라서 최저임금위는 6월 29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지난해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기한을 지켰지만, 법정 기한을 준수한 사례는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후 8차례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