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경제외교' 사실상 무위…IRA·반도체법 '기대'만 반복

2023-04-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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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조항 설정 등 명문화된 조치 도출 못해

미국 투자 유치 규모<한국 기업 對美 투자금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르며 환송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방미길에 올랐던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외교'가 사실상 무위에 그치며 한국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실패했다.

특히 경제 분야 최대 화두였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은 '특별한 지원과 배려'를 언급한 미국 측 선의만 바라야 할 처지다. 
여기에 미국 기업이 약속한 투자액보다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규모가 훨씬 커 재선 도전을 선언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선물 보따리만 안기고 돌아왔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IRA·반도체법, 美 추가 조처만 바라야

윤 대통령은 5박 7일간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30일 귀국했다. 이번 미국 국빈 방문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 부처 장관들과 경제사절단 122명이 대거 동행했다. 

방미 기간 중 한·미 양국은 총 50건의 경제 분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기대 이하인 성과로 향후 한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만 증대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재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양국 정상은 IRA 등 이행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부담을 줄인다는 방향에 명확하게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자국 산업 보호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에 중점을 둔 IRA와 칩스법이 주요 교역 상대인 한국엔 걸림돌이 된다는 국내 산업계 우려와 전문가 지적을 의식한 대응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에 대한 예외 조항 설정 또는 적용 기간 유예 등 명문화된 추가 조치는 도출하지 못했다. 배터리 4대 부품(음극판·양극판·분리막·전해질)과 셀, 모듈은 IRA 지원안에 포함됐지만 양극 활물질 등 구성 소재는 여전히 부품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과 예측 가능성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면서도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기업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을 흐렸다. 미국 측의 우호적인 조처만 바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美기업 투자 유치 '침소봉대' 쓴소리 나와 

미국 투자 유치 규모도 예상치를 밑돌았다. 윤 대통령 국빈 방문을 계기로 미국 8개 업체가 우리나라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금액은 총 59억 달러다.

이는 지난해 미국이 우리나라에 직접투자(FDI)한 금액 대비 3분의 2에 해당한다는 게 기재부 측 설명이다. 다만 넷플릭스(25억 달러)와 코닝(15억 달러)의 투자 약속은 각각 4년과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집행될 예정이라 실제로는 기대 이하라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만 더 늘었다. 현대차와 SK온은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삼성SDI와 미국 완성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 역시 30억 달러를 들여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애리조나주에 7조2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 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규모가 1000억 달러 이상에 달한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 기업들의 과도한 대미 투자는 가뜩이나 악화일로인 경상수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상수지는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데 해외 직접투자액 증가는 경상수지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통화스와프 등 '깜짝 선물'도 없었다 

일각에서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 미흡한 방미 성과를 덮을 만한 '깜짝 선물'을 기대하기도 했으나 현실화하지 않았다. 

원화 약세 지속 등 외환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스위스, 캐나다, 호주, 중국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상태지만 한·미 통화스와프는 2021년 말 종료된 후 아직 재개되지 않고 있다.  

이번 회담에선 그간 협력 사항에 대한 인식을 재확인하고 외환시장 동향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는 정도로 합의하는 데 그쳤다. 

김현겸 KB증권 연구원은 "2020년대 후반에는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가 강점을 가진 반도체와 배터리 등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를 무기 삼아 원천기술이 부족한 바이오·우주·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측 협력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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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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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과의 외교전쟁에서 뭐가 필요한지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번 순방에서 하나도 엊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했을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그나마 우크라이나의 무기공급을 공식화 하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알아야 한다. 그러나.... 과연. 지독한 먹구름이 몰려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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