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틀째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이 높아졌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반대매매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G증권과 CFD 계약을 맺은 국내 증권사는 전일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에 대해 이틀째 반대매매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주로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국내 투자자 CFD 계약을 중개하는 형태며 일부 증권사는 국내 투자자의 거래 상대방으로 직접 참여한다. 다만 중개 방식이더라도 국내 증권사가 외국 증권사와 약정한 데 따라 수익을 공유하고, 미수채권이 발생하면 상황에 따라 국내 증권사가 회수 리스크를 부담한다.
투자자로서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CFD는 레버리지 효과에 의해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CFD(Contract For Difference)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장외파생계약(TRS)의 일종이다. 실제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 40%대 증거금만으로 2.5배 레버리지 효과를 볼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는 신용거래융자와 유사한 성격을 띤다.
또한 CFD는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일 때 최대 49.5%가 적용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파생상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해외 주식 거래에 적용되는 양도소득세도 22%가 아닌 11%만 부과된다. CFD 배당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아 금융소득 2000만원 이하에 과세되는 주식배당소득세 15.4%도 면제되는 등 절세 혜택이 있다.
기초자산에 제한은 없지만 주로 개인 전문 투자자를 대상으로 국내외 상장주식 기초 CFD가 거래된다. 전문 투자자는 금융투자상품 잔액이 5000만원 이상이면서 연 소득 1억원 이상, 순자산 5억원 이상에 전문자격인증을 보유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2019년 11월 금융투자상품 잔액 기준을 기존 5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줄이며 진입장벽을 낮췄다. 이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200~3300건에 머물던 개인전문투자자등록 건수는 2020년 1만1626건으로 급증했다. 이후 2021년에는 2만1611건으로 약 5년간 18배 확대됐다.
이에 CFD 거래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SG증권 사태가 확산되면 투자자 손실 위험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CFD 거래 금액은 1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한 달 평균 2조5600억원이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30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거래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 CFD 거래 규모는 70조1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국내 증시가 조정기를 거치며 CFD 거래 금액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30조원 정도 CFD가 거래됐다면 예년에 비해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니다”며 “유달리 증시가 호황을 보였던 2021년 대비 기저효과 때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CFD와 관련해 미국 헤지펀드 ‘아케고스’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 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다. 한국계 미국인 ‘빌 황(Bill Hwang)'을 대표로 둔 아케고스는 부유층 재산을 관리해주는 패밀리오피스 성격을 띤 펀드로 알려졌다.
당시 CFD를 통해 특정 종목에 집중적으로 5배 내외 레버리지 투자를 했던 아케고스는 유동성이 부족해 주가 하락에 따른 마진콜에 응하지 못했다. 이에 글로벌 IB인 거래 상대방은 200억 달러(약 26조~27조원) 규모 블록딜(담보주식 매도)을 통해 CFD 거래를 강제 청산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FD 거래 규모가 비교적 큰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반대매매로 인한 하방 압력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