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하루 만에 무더기 하한가가 나왔다. 별다른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가운데 외국계인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에서 나온 매도 물량에 하한가로 떨어지자 원인을 유추하기 위해 루머가 쏟아졌다. 다만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은 공통적으로 신용융자 비율이 높아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다올투자증권, 대성홀딩스, 삼천리, 서울가스, 세방, 다우데이타, 선광, 하림지주 등 8개 종목은 모두 전 거래일 대비 가격 제한 폭(±30.00%)까지 떨어졌다. CJ의 주가도 장 중 28.15% 급락하면서 하한가에 근접하기도 했다.
이들 종목은 업종·테마상 공통점이 없고 하락의 원인을 알 수 없어 투자자의 혼란을 키웠다. 유일한 공통점은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 창구에서 대량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는 점이다. SG증권은 이날 세방, 서울가스, 삼천리, 다우데이타 매도창구에서 상위 1위에 올랐다. 대성홀딩스, 하림지주에서는 2위, 다올투자증권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SG증권을 통한 차액결제거래(CFD) 거래 반대매매설, 특정 사모펀드의 CFD 반대매매, 대주주의 포지션 정리 등 다양한 루머가 나돌았다. 일각에선 SG증권이 향후 이들 종목의 주가 하락을 예상해 공매도에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CFD는 주식 현물을 보유하지 않고 진입 가격과 청산 가격의 차액을 가져가는 장외파생상품의 일종이다. 증거금률은 현재 최대 40%로 2.5배의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반대매매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내 증권사의 CFD 계좌는 주문 집행이 외국계 증권사에서 이뤄져 해당 외국계 증권사 창구로 물량이 잡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G증권과 CFD 계약을 맺은 증권사의 물량이 적어 이 정도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또 CFD 반대매매에 따른 것인지는 기술적으로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 종목의 주가가 연초 이후 수익을 냈고 신용잔고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반대매매 가능성을 더욱 키웠다. 특히 신용융자 관련 지표가 코스피, 코스닥시장 평균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코스피 5일 평균 신용융자 공여율은 10.26%인데 다올투자증권(42.29%), 대성홀딩스(39.03%), 삼천리(27.36%), 서울가스(24.80%), 세방(19.76%) 등 모두 높은 편이다. 코스닥 종목인 다우데이타(26.51%), 선광(13.82%), 하림지주(27.68%)도 신용융자 공여율이 코스닥 5일 평균치인 10.26%를 상회한다.
또 다올투자증권의 5일 평균 신용융자 잔고율은 14.27%에 달한다. 코스피 전체 종목의 5일 평균 신용 잔고율은 1.51%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주가가 갑자기 하한가를 기록했지만 회사와 관련된 악재는 없다"며 "신용잔고 비율도 높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자사 유동주식수를 고려하면 주가 급락을 일으킬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대성홀딩스(6.67%), 세방(12.29%), 삼천리(10.77%), 서울가스(7.26%) 등도 시장 평균치를 웃돈다. 코스닥 5일 평균 잔고율이 2.62%인 점을 고려하면 다우데이타(11.04%), 선광(12.34%), 하림지주(7.32%)의 잔고율 역시 높다.
이들 종목에 대한 레버리지가 과도해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2~3거래일 전부터 주가가 연속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데다 이날은 하한가까지 기록해 통상 140% 정도인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한가를 기록하는 종목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과도한 레버리지가 원인이었다고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신용융자공여, 잔고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주가 하방 위험이 발생할 경우 급매 현상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