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 참여한다는 소식에도 관련주들의 주가는 연일 내리막 길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임상 실패 및 치료제 라이선스 반환 등 좋지 않은 소식이 연이어 들려올 뿐만 아니라, 자금 여력이 부족한 바이오 업체들이 잇따라 악재로 여겨지는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제약·바이오 관련주로 알려진 유한양행, HLB, 네오이뮨텍, 에이비엘바이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수익률은 각각 –1.49%, –48.54%, –3.01%, 0%, –1.81%로 집계됐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이 불발된 HLB 기업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부광약품 자회사 콘테라파마는 유럽 등에서 진행한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 JM-010이 후기 2상 임상시험에서 효능 입증에 실패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임상 실패 소식에 부광약품 주가는 이날 8.76%(570원) 떨어진 5940원에 거래됐다. 큐라클은 프랑스 안과 전문기업 떼아 오픈이노베이션에 이전했던 망막질환 치료제 'CU06' 기술의 권리를 반납 받는다는 소식에 이날 하한가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가 '바이오 무덤'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회사는 한 번만 성공하면 대박이라는 인식 때문에 많은 회사가 상장을 통해 자금을 수혈 받아 연구를 지속하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을 놓고 증권가에서는 "바이오 기업들의 근본적인 체력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뒤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 4월 발간한 '세계 R&D 투자 상위 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부문에서 전 세계 R&D 투자 규모가 2334억3100만 유로(약 343조3233억)로 집계됐다. 한국은 9억5500만 유로(약 1조4046억원)에 그쳐 점유율이 2.6%에 머무른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지만, 바이오 회사들이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유상증자 시도가 속출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브릿지바이오(262억원 규모) △샤폐론(349억원 규모) △HLB생명과학(1308억원 규모) 등이 주주배정 혹은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유상증자는 주식을 추가 발행해 기존 주주나 새로운 주주에게 새로 발행된 주식을 돈을 받고 팔기 때문에 주식 수가 늘어나고 희석된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떨어져 기업이나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