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 경기 회복"…ADB가 韓경제 '상저하고' 전망하는 이유 셋

[사진=ADB]

수출 부진 장기화와 유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올해 한국 경제가 비관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제금융기구에서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할 것이란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요틴 진자락 ADB(아시아개발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18일 필리핀 마닐라 ADB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경제가 현재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약세에서 벗어나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가 올해 한국의 경제 흐름을 '상저하고'로 전망한 이유는 △국제 반도체 사이클 회복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제조업으로 확대 △한국 정부의 상반기 조기집행 효과를 꼽았다.

진자락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월별 자료를 살펴보면 한국의 주된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전세계적인 수요 침체를 겪고 있다"며 "반도체 경기가 조만간 바닥을 찍고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경제성장 전망 역시 점진적으로는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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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예상치를 밑돌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한국 제조업 수출 확대와 중국 관광객 증가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는 "한국 경제는 제조업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이고, 총 수출의 20%는 중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최근의 중국 코로나 봉쇄 해제가 한국 경제성장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의 봉쇄 해제가 지난해 12월에 시행돼 아직 올 1분기 데이터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면서도 "그 효과가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중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직전 분기(2.9%)보다 크게 높은 4.5%를 기록했다. 중국의 3월 소매판매 및 수출 모두 시장 기대치를 초과했고, 부동산 판매도 2021년 중반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진자락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중국의 리오프닝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개방에 따른 영향이 현재는 서비스업에 국한돼 있어 파급효과가 적었는데 하반기부터는 제조업, 특히 전자제품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국제유가 불안 조짐도 잠재웠다.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배럴당 80달러대에서 등락을 거듭해 일각에서는 국내 물가 전반에 또 다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확대와 세계적인 공급제약 지속으로 유가의 추가 상승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진자락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브렌트유 가격은 2022년 말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라며 "특히 작년 평균 유가인 100달러와 비교하면 크게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DB는 올해 유가의 평균 단가를 지난해 평균보다 12% 낮은 88달러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유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대체적으로 물가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세계 경제 리스크 요인은 여전한 상황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세 둔화에 따른 수요 약화가 이어지면 한국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는 "선진국 인플레이션 문제로 인해 중앙은행 긴축정책이 가속화되고, 미국과 유럽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문제로 인한 경제 약화요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며 "높아진 금리, 주택시장 약세, 소비심리 약화 등이 국내 수요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 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고령화의 진전이 한국경제 성장 잠재력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고령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재정건전성 유지에 구조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