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연장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성동구 성수동에서 거래 '불허가'가 올해 들어 단 2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활황기에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서울시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지역 토지거래 불허는 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압구정동뿐 아니라 삼성·청담·대치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인근 지역, 주요 재건축 단지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는데 올 들어 거래허가 신청 230건 중 5건(주택 3건, 농업용 2건)만 불허됐다. 오는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송파구 잠실도 올해 신청된 161건 모두 허가됐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잠실 지역 토지거래허가 신청 총 374건 가운데 불허 처분이 2건이었다. 전체 중 0.53%로 대부분 신청하면 허가를 받은 것이다. 잠실 205건, 목동 40건, 성수 38건, 여의도 36건 등이 모두 통과됐고 압구정 55건 중 2건만 불허가 판정을 받았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불허가된 압구정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은 주로 다주택자가 주거용으로 주택을 추가 취득하려던 것"이라며 "투기 가능성, 주거용 기능이 맞는지 등을 보고 불허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인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는 사전에 관할 구청장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은 실거주 목적인 매매만 허용되며 임대를 하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주민 재산권 침해 등 불만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규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임차인이 있는 매물을 살 때 임차기간이 끝나고 매수자가 입주하겠다는 내용을 증명하면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자치구 토지거래허가 담당자는 "세입자가 있으면 임대인이 세입자한테 임대차 종료 확인서 등을 받으면 허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역 내 아파트가 신고가를 경신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17일 압구정하이츠파크 전용 213㎡는 1년 2개월 전 최고가인 55억원에서 5억원 오른 60억원에 매매됐다. 같은 달 26일에는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가 62억원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56억원)를 넘어 신고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제경 투미컨설팅부동산 대표는 "토지거래허가제는 말 그대로 토지 거래를 제한하기 위한 규정이지 (압·여·목·성 같은) 도심지 주택 거래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부동산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있는 만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도 된다고 본다"며 "단, 규제를 풀되 가격이 급등하면 다시 규제할 수 있게 하는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맞춤형 정책을 내놓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5일 제5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지구,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지구, 성동구 성수동 전략정비구역(1∼4구역) 등 4곳 4.58㎢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이들 4곳은 내년 4월 26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유지된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2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도 재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