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란듯" 화웨이 찾는 '中인민의 친구' 룰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기업인 200여명 등을 포함한 초호화 진영을 이끌고 12일 중국을 찾았다. 방중 일정에는 미국의 제재를 받는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 연구개발(R&D) 기지 견학도 포함됐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으로선 ‘미국의 앞마당’ 남미 최대 경제국 브라질과 경제 협력 강화를 내세워 우군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 화웨이 R&D 기지 견학···기술협력 확대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12일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 룰라 대통령은 3박4일 방중 일정에 돌입했다. 룰라 대통령은 상하이에서 화웨이 혁신센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가 설립한 신개발은행(NBD), 브라질 최대 펄프업체 수자노 연구개발(R&D)기지 등을 찾을 예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은 14일 베이징에서 예정됐다.

수도 베이징보다 ‘경제수도’ 상하이에 먼저 들른 것은 그만큼 이번 방문이 경제 협력 초점에 맞춰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의 신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带一路) 가입 등을 비롯해 양국 간 경제 무역 협력 업그레이드 방안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실제로 방중단에는 농업 분야 대표 90명과 각 정부 부처 대표, 200여명의 재계 총수들이 포함됐다. 양국은 건강· 농업·교육·금융·산업·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20여건의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중국은 14년 연속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으로,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1714억9000만 달러(약 226조원)에 달했을 정도로 경제무역 협력 관계가 긴밀하다. 특히 농산물·철강 등 원자재 분야에서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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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문망은 룰라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양국간 경제무역 협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보도했다. 저우즈웨이 중국사회과학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연구원은 양국은 앞으로 기존의 농산물·철광석 등 원자재뿐만 아니라 앞으로 5G·위성·환경 등 기술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룰라 대통령은 방중 기간 화웨이 상하이 혁신센터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는 12일 보도했다. 이번 방문은 화웨이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로 미국의 집중 제재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룰라 대통령이 화웨이를 방문하는 것은 미·중 갈등 속에서도 양국간 기술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사실 화웨이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브라질에 진출해 사업을 벌였을 정도로 브라질과 인연도 깊다. 브라질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현지 이동통신사는 5G 방면에서 화웨이와 적극 협력해왔다. 특히 브라질은 올해 5G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예정인데, 화웨이가 대규모 주문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리외교' 펼치는 룰라에 中 '러브콜'

최근 미·중 갈등 속 국제 우군 만들기에 주력하는 중국은 룰라 대통령에게 경제 협력을 고리로 러브콜을 적극 보내고 있다.

지난 1월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룰라 대통령은 미국편을 자처했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달리 중립을 내세운 실리외교를 펼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2월엔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동했다. 

룰라 대통령은 방중을 앞둔 지난 10일 국영 통신사 E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시 주석을 조만간 브라질로 초청해 중국 투자에 관심 있는 기업들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왕유밍 중국국제문제연구원 개발도상국연구소 소장은 중국신문망에 "국제 구도가 시스템적으로 흔들리고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가 파편화되는 상황에서 룰라의 방중은 중국·브라질의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려 양국관계 발전에 다시 한번 우호 협력의 '룰라의 기록'을 남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12일 사평에서 중국을 다섯 번째 방문한 룰라 대통령을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양국간 협력이 향후 전방위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사평은 "서방언론이 브라질의 외교 전략을 논할 때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 자체가 패권주의가 가득한 근시안적 시각으로, 이는 브라질을 극도로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며 브라질이 국익에 따라 실리외교를 펼치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한편 시 주석과 룰라 대통령의 회동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도 논의될 예정이다. 환구시보는 “룰라 대통령이 방중에 앞서 대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위기를 종식시킬 가능성에 대해 중국과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가 논의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브라질이 중국의 평화협상 제안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