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수출 투자대책 회의에 참석해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한 노동조합 회계 증빙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은 노조 52곳에 대한 과태료 부과에 나선다.
고용노동부는 9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14조에 따라 재정 장부 비치·보존 여부를 보고하지 않고, 27조에 따라 행정관청이 요구한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하지 않은 노조 52곳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 7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포함한 5개 노조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나머지 노조도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에 대한 의견제출기간이 끝나고 순차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지난 2월 1일부터 노조 재정 서류 비치·보존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인 단위노동조합과 연합단체 334곳에서 자율점검하고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중 36.7%(120곳)만이 결과를 제출했다. 시정기간 14일이 지나서 146개 노조가 점검 결과를 추가로 제출했다.
노조 회계 장부 제출 관련 상황[표=고용노동부]
미제출 노조 중 16곳은 해산진행 중이거나 해산신고를 한 상황이라, 과태료 부과 대상 노조는 52곳으로 조사됐다. 상급단체별로 보면 한국노총의 미제출 비율은 4.7%(8곳),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미제출 비율은 59.7%(37곳)이었다. 조직형태별로는 기업 단위 노조(3.0%)에 비해 산별노조 등 초기업노조(35.2%), 연맹·총연맹(25.9%)의 미제출 비율이 높았다.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은 일부 노조에선 '일률적인 보고요구는 위법'하고, '회계자료는 제3자인 행정관청에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의견을 제출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고용부는 "(이들 노조에) 법원과 헌법재판소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당한 요구"라며 "노조는 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검토의견을 보냈다"고 전했다.
정부는 조만간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근거해 서류 비치·보존의무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행정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회계 투명성을 위한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 노조에겐 위법사항 여부를 끝까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장조사를 거부·방해하는 노조에 대해선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 현장조사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면 공무집행방해죄까지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