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가 '학교폭력 소송 불출석' 논란을 일으킨 권경애(58·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에 대한 징계 절차를 다음 주 본격 착수한다. 현재 잠적 상태인 권 변호사가 변협의 징계 절차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을 경우 '무응답'을 전제로 징계 절차를 계속할 방침이다.
7일 변협 등에 따르면 변협은 '권경애 변호사 직권조사 승인 요청 건'을 오는 10일 진행되는 상임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르면 이날 권 변호사에게 경위서 작성을 요청할 계획이다. 경위서 제출기한은 최대 2주이다.
권 변호사는 학폭 피해자 유족을 대리해 놓고 무단으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학폭 피해자 박모양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사립중학교에서 1학년 1학기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고, 학교에서 별다른 조치가 없어 인천의 한 중학교로 전학을 가게 됐다. 하지만 박양이 2015년 강남구의 한 여고로 진학하면서 다시 집단 따돌림이 시작됐고, 박양은 그해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박양의 어머니 등은 권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학교 법인과 가해 학생들의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소송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가해 학부모 1명이 이씨에게 5억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고, 나머지 피고 33명에 대해서는 이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유족 측이 항소했지만 권 변호사가 항소심 재판에 3차례 출석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11월 항소가 취하됐고, 1심에서 일부 승소한 부분도 패소로 뒤집혔다. 권 변호사는 유족에게 이 같은 사실을 5개월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에 따르면 권 변호사는 '9000만원을 3년에 걸쳐 유족에게 갚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쓰고 잠적한 상태다. 그는 현재 주변의 연락을 받지 않고, 법무법인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형철 변협 대변인은 "재판 기일에 관한 사항은 변호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라며 "권 변호사의 잠적이 계속돼서 경위서 작성 등에 대한 회신이 없다면 '무응답'을 전제로 징계 절차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