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불안지수(FSI)가 '위기 단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3년 3월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 2월 기준 21.8로 집계됐다. 작년 3월(8.6) 이후 9월(19.7)까지 7개월 연속 '주의' 단계(8이상 22미만)에서 꾸준히 오르다가, 같은해 10월 '위기'(22 이상) 단계에 들어섰고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국내 금융시스템은 시장안정화 조치 등에 힘입어 금융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나,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금융불안지수가 위기단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특히 경제주체의 신용위험 및 대외부문에 대한 경계감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금융취약성지수(FVI)의 경우 작년 4분기 44.6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FVI의 경우 지난 2021년 1분기 당시 58.2를 기록하며 고점을 찍은 뒤 하락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경제주체들의 위험 선호 경향이 줄면서 금융불균형이 다소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장기 평균(41.1)을 웃도는 상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작년 4분기 기준 225%를 넘어서며 3분기(224.7%)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고 기록을 나타냈다. 부문 별로는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작년 3분기 105.4%에서 4분기 104.7%로 하락했다. 가계신용 증가율도 기준금리 인상과 DSR 대출규제 지속, 자산가격 조정 우려 등으로 4분기 기준 0.2%(3분기 1.4%)에 그쳤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최근 상승 전환(0.6→0.66%)하였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한은 평가다.
반면 기업신용의 GDP 대비 비율은 119.3%에서 120%(120.4%)를 넘어서며 급등했다. 기업대출 증가율(전년동기대비)도 13.4%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한은은 기업대출 증가의 배경에 대해 "원자재가격 상승, 대기업 중심의 대출수요 지속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 기간 기업 성장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수익성・안정성・상환능력은 기업부채 규모 확대 및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다소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2021년 4분기 80.2% 수준이던 기업 부채 비율은 작년 3분기 84.5%로 늘었고 같은 기간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은 시장금리 상승 속 8.9배에서 6.3배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