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뭄' 불길 확산하나…美 당국, 퍼스트리퍼블릭 주시

2023-03-2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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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달러 가뭄’ 불길이 거세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한 세계 각국 주요 중앙은행이 발 빠르게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공포 확산 속도는 상상 초월이다. 신용 경색이 기업을 강타하면 미국 노동시장이 휘청이면서 기업과 가계 모두가 비명을 지르는 최악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은 이제 미국 지역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을 주시한다. 퍼스트리퍼블릭이 300억 달러의 긴급 수혈을 생명줄 삼아 위기 전염을 막는다면 불길은 소강 상태에 접어들 수 있다. 그러나 불길이 계속해서 번진다면 미국 경제는 경착륙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퍼스트리퍼블릭, 위기 전염 막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퍼스트리퍼블릭에서 최근 약 700억 달러가 인출됐으며 이는 전체 예치금 중 약 40%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JP모건 등 월가 주요 은행 11곳이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 달러 규모를 긴급 수혈했지만 해당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17일에도 퍼스트리퍼블릭 주가가 30% 넘게 폭락하는 등 시장 불신은 여전하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은행 시스템의 자본 및 유동성 상황은 강하고, 미국 금융 시스템은 탄탄하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공포는 좀처럼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퍼스트리퍼블릭 신용등급을 A-에서 BB+로 낮춘 지 나흘 만에 다시 BB+에서 정크(투기) 등급인 B+로 강등했다. S&P글로벌은 “퍼스트리퍼블릭이 미국 대형 은행 11곳에서 받는 300억 달러 예금을 통해 단기 유동성 압박을 완화하겠지만 현재 직면한 것으로 생각되는 비즈니스, 유동성, 자금 조달 및 수익성에 대한 상당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며 추가 강등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
 
미국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들은 퍼스트리퍼블릭 목표주가를 주당 140달러에서 5달러로 하향 조정하고 “더 큰 기업에 은행을 매각하는 것이 전체 은행 시스템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해 당국의 단호한 대응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함께 은행, 특히 소규모 은행에 대한 추가 지원 제공 여부와 시기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섣불리 손을 뻗었다가 시장이 과민 반응을 할까 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데릭 탕 LH마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을 비롯한 6개 주요국 중앙은행의 달러 유동성 공급 강화 조치와 관련해 “이는 금융 전염 위험에 대한 우려를 시사한다”며 “공동 대응은 결과에 더 많은 대비가 필요하다는 불안감을 드러낸다”고 평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형 은행이 소형 은행을 적극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패트릭 맥헨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공화당 소속)은 이날 CBS와 인터뷰하면서 주요 은행들이 어려움에 직면한 소규모 은행을 인수해야만 금융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형 은행發 신용경색, 고용 시장 옥죌 듯  
미국에서 중소 은행은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연준에 따르면 전체 미결제 대출 잔액 가운데 중소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8%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잔액 비중은 67%에 달한다.
 
미국 중형 은행들은 최근 당국에 서한을 보내 중소 은행에서 이탈한 자금이 4대 은행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향후 2년간 미국의 모든 예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금난이 두려운 중소 은행들은 대출 기준을 강화해 현금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소 은행들이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은 이들 기관의 주고객인 중소기업과 가계를 짓누를 수 있다. 주식 및 채권 시장 침체로 시장에 돈줄이 마른 상황에서 대출 기준마저 강화되면 여러 사업들이 난항을 겪을 것이고 이는 채용 감소로 이어진다. 골드만삭스 경제학자들이 향후 12개월간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SVB 파산 전 25%에서 파산 후 35%로 높인 이유다.
 
파드라익 가비 ING은행 아메리카 지역 리서치 책임자는 “대출 기준과 실업률 사이에는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SVB 파산이 투자를 둔화시켜 고용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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