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아마추어 26명 명단을 받았다. 싱가포르가 키우는 새넌 탄 등 엘리트 아마추어와 순수 아마추어가 섞여 있었다. 그 사이에 한국인 이름이 보였다. 'Jo-Eun Kim'. 김조은은 네덜란드의 앤 반 담이 주장인 팀 반 담에 소속됐다.
1라운드, 김조은은 캐디를 자처한 어머니와 함께 카트를 타고 프로골퍼들과 경쟁을 즐겼다. 마지막(9번) 홀 그린 주변 에지에서는 러닝 어프로치에 이은 퍼트로 하루를 마쳤다.
이날 성적은 버디 3개, 보기 2개, 더블 보기 1개로 1오버파 73타. 한 팀을 이룬 프로골퍼 릴리 메이 험프리스(7오버파 79타)보다 6타 적게 쳤다. 73타는 공동 35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LET에서의 경쟁력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취재 구역에서 만난 김조은은 "사우디에서 태어나서 18년 동안 살았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어떻게 한국어를 잘하는지 물었다. 옆에 있던 김조은의 어머니가 "(조은이는) 리야드 국제 한국 학교에 다녔어요. 초등학교를 나온 것이나 다름없죠"라고 답했다.
김조은의 아버지는 사우디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한다. 최근 다른 가족들은 한국으로 옮겼지만, 아버지는 아직 사우디에 있다.
김조은이 골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아버지 때문이다. 김조은은 "5~6세 때 처음 골프를 했어요. 아버지가 골프를 좋아하셔서 따라 하게 됐어요. 홈 코스는 리야드 골프클럽이에요"라고 말했다.
놀라운 이야기다. 척박한 사막인 사우디에서 골프를 시작했다. 또한 사우디는 여성 인권이 전 세계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좋지 않은 국가다.
김조은은 "사우디가 개방되고 있어요. 즐길 거리가 많아요. 전에는 쇼핑이 전부라 골프가 삶이나 마찬가지였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조은은 "사우디 골프가 성장하고 있어요. 특히 여성 골프요. 이제 시작한다고 볼 수 있어요. 사우디 골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해서 선구자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사우디에는 아마추어 대회가 거의 없다. 코로나19 속에서는 국경이 봉쇄되며 기회가 더 줄었다. 학업도 병행해야 했다. 경험이 부족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론 교육을 받지 못해 나갈 수 없었고, 그저 대학 입학 원서를 제출하고 레슨을 받고 돌아와야 했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경희대에 입학하면서다.
"이제 경희대 신입생이에요." 김조은이 환하게 웃었다. "KLPGA 준회원 선발전과 점프 투어에 도전해볼 계획이에요. 최대한 많이 경험해보려고 해요. 연말에는 LET에 도전할 거예요."
이야기를 이어갔다. 골프 아이돌이 누군지를 물었다. 김조은은 "리디아 고와 김효주를 닮고 싶다"고 했다.
김조은의 라이프 베스트는 5언더파 67타다.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는 메이저 대회인 US 위민스 오픈을 꼽았다. 이유로는 "여자 골프의 상징적인 대회"라고 했다.
US 위민스 오픈 우승컵의 이름은 '하튼 S 셈플'이다. 공교롭게도 리디아 고(2016년 3위)와 김효주(2018년 2위)는 들어 올리지 못했다. 김조은이 '하튼 S 셈플'을 들어 올린다면 두 아이돌을 넘어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