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을 기다렸다. 진료는 3분 만에 끝났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일단 예약 자체가 어렵고 지루한 대기 시간을 지나 의사와 대면해도 진료는 몇 분 만에 끝난다. 환자들 사이에서 ‘대기 1시간, 진료 3분’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편과 불만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호흡기내과 등의 검사에 환자가 몰리는 현상이 커졌지만, 공간과 인력이 부족해 당장 대책 마련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들이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한 시간은 평균 16.0분, 의사의 평균 진료 시간은 8.9분으로 조사됐다. 다만 진료 시간이 1∼5분이라는 응답 비율이 49.2%로 가장 높았다. 실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 사이에서 ‘진료 3분’이라는 내용의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평균 수치임을 감안해도 진료 시간에 비해 대기 시간이 2배가량 길다.
원하는 날짜에 입원하지 못해 대기 예약한 입원 환자는 7%였는데, 이들이 입원하기 위해 기다린 기간은 평균 14.7일이었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 만족도는 높은 편이나, 동시에 대형병원 쏠림 현상과 의료비 부담에 대한 불만의 의견도 많았다.
외래 진료와 치료 결과에 만족했다는 응답은 91.5%, 입원에 대한 만족은 93.1%였다. 또한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70.3%, 만족한다는 응답은 72.6%였다.
특히 국민의 절반가량은 보건의료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48.7%)고 봤다. 의료취약지역 지원 강화(77.2%), 공공의료기관 확대(74.6%)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눈에 띄었다. 아울러 70.4%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없애야 한다고 했고, 67.0%가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더 줄여야 한다고 봤다.
◆ 기차 타고 전북에서 서울까지···‘원정진료’ 불사하는 이유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시설 수준 격차가 커지면서 이른바 ‘원정진료’는 더욱 심해지는 구조다.
특히 지방 거점 환자들은 주로 기차를 이동 수단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KTX와 SRT를 이용해 이동이 편리한 대형종합병원에 몰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강북권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 강북삼성병원, 고려대안암병원 등과 수서역에서 이동이 편리한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 등이 주로 꼽힌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내원한 지방 환자 수(경기권 제외)는 약 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외래 환자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분당서울대 역시 비슷한 규모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일평균 7000명의 외래 환자 중 30%가 지방에서 서울로 진료를 보러 왔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지역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고, 기차로 2시간가량 걸리면 서울 지역 종합병원으로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원정진료’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제공받는 의료 서비스 수준 역시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 만족도가 높다.
전북 익산에 거주하는 김순영씨(66)는 “집에서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가려면 1시간가량 차로 이동해야 한다. 그럴 바엔 1시간을 더 투자해 서울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게 마음이 편하고 만족도가 높다”면서 “간단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서울 종합병원 예약 날짜에 맞춰 한꺼번에 진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비수도권 거주자는 증가했다. 이들이 병원에 쓴 진료비만 3조원에 육박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환자 93만명이 수도권에 있는 대형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83만5851명)보다 6만4000여명(11.3%) 늘었다.
이들의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진료비도 전년 대비 11.8% 늘어난 2조7000억원 규모로 사상 최대 규모다. 전년도 진료비 총액(2조4203억)과 비교하면 11.8%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전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지방 환자 수는 265만9591명으로 전년(253만7818명) 대비 12만1773명(4.8%) 증가했다.
진료비 총액도 꾸준히 증가했다. 지방 환자의 수도권 병원 원정진료가 늘어나면서다. 2021년 진료비 총액은 5조247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이는 전년(4조7523억원) 대비 10.4% 늘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