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작년 12월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SMEE(상하이마이크로전자) 등 자국 반도체업체 지원을 위해 1400억 달러(약 180조원) 규모의 자금을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제재에 대한 대응책이다.
미국 정부는 바이든 정부 들어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특히 반도체 관련 제재 강도를 높여만 가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업체들에게 52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제공하는 반도체지원법을 제정한 것을 비롯해 대 중국 반도체 포위망을 강화하고자 칩4 동맹(미국, 한국, 일본, 대만)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설비 강국인 일본, 네덜란드와 대 중국 설비 수출 제한에 합의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업계가 정부 자금만 가지고 기술적으로 몇 세대나 앞서 있는 해외 반도체 경쟁업체들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중국 반도체업체들은 주로 자국업체들만을 판매 대상으로 하는데다 TSMC, 삼성전자와 같은 해외 선두업체들의 발전된 반도체 생산 시설에 대한 경험이 적은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망을 발전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자력갱생해야 하는 중국 반도체업계
반도체업계는 항공업계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설비 제조업체들이 고객사인 반도체 생산업체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대당 1억 달러를 호가하는 설비에 대해 설치부터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장기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협력 관계는 곧 기술적 노하우의 공유로 이어지면서 양측 모두 기술적 진보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하지만 미국 주도의 대 중국 반도체 제재로 인해 자체적 발전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중국 반도체업계는 이러한 기술 협력 발전의 길이 막혀 있는 셈이다. 결국 자력갱생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중국의 ASML'이라 불리는 리쏘그래피 설비업체 SMEE는 2018년에 90나노 공정 패터닝 설비를 제작해서 지방정부 상을 받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세계 선두업체인 ASML에 비해서는 20년이나 뒤처진 수준이다. 그 마저도 이후에는 특별한 기술적 발전이 있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 않은데, 결국 해외에서의 반도체 설비 조달이 어려워진 부분이 있다고 한 엔지니어는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이 반도체 전략을 완전히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칩의 집적도 경쟁에 몰두하기보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달 말 중국과학원 소속 2명의 선임 학자는 해외의 기존 기술을 모방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기술 및 소재의 R&D에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이들은 "우리 자체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내 요충지와 장벽을 설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현재의 기술적 고통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말은 쉽지만 현실적인 방안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지금 이 상황에도 중국 반도체업계를 향한 포위망이 점점 조여들어 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국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의 엔지니어는 "우리가 설비를 구매했을 때는 고객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며 "지금은 제재 때문에 그 조차도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