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5거래일 만에 2.42% 하락했다. 코스피 하락률(-0.29%)보다 더 크게 떨어졌다. SK하이닉스 주가 내림세는 더욱 가파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5.83%나 떨어졌다. 삼성전자 주가는 6만원 선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SK하이닉스도 8만원대로 내려갔다.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도를 이어간 영향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5거래일 동안 SK하이닉스 주식 131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순매도 2위다. 기관 역시 SK하이닉스 주식을 46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은 삼성전자 주식도 2232억원어치 팔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관 순매도 1위와 3위를 기록했다.
반도체 불황과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 민감주인 반도체주는 연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와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새해 들어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보조금 지침에 이들 반도체 기업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총 390억 달러(약 50조원)의 지원금을 책정하고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보조금을 받게 되면 중국에 10년 동안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추가 투자를 할 수 없게 되는 조건 등이 걸려 있다. 보조금 수혜 기업은 보조금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을 할 수 없다. 이미 중국 내 생산시설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체의 고민도 깊어졌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둔화된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미국 보조금 지원책이 메모리 수급에는 중립적인 이슈일 것으로 판단했다. 당장 메모리 수급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 반도체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실적 개선도 미뤄진다면 주가가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도 높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는 4월 초까지 큰 폭의 주가 상승 모멘텀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지원법으로 공급 업체들이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면 메모리반도체의 일시적인 생산 차질로 업사이클(호황) 촉매로 작용할 수는 있겠으나 단기에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